한글 연구와 바른말 보급에 앞장서 온 한글학회가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았지만 재정난으로 우리말사전 편찬 등 주요 현안 사업을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빈약한 데다 기업이나 시민들의 후원도 부족해 사업비 마련에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학회 직원들이 7일 서울 신문로 한글학회 서고에서 바닥에 쌓여 있는
책을 뒤지며 자료를 찾고 있다. |정지윤기자
◇100돌 행사 규모 축소=한글학회는 올해 초 한글 전용 연구실과 도서관 용도 등으로 사용할 ‘한글학회 100돌 기념관과 연구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경련과 국내 100대 기업에 후원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후원금은커녕 관련 문의조차 없었다고 한글학회는 7일 밝혔다.
한글학회는 정부에도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6억5000만원의 예산 지원을 요청했으나 1억8000만원만 배정받았다. 한글학회는 부족한 돈은 성금 등으로 마련했으나 재원이 부족해 기념사업은 소규모 사업 위주로 벌이고 있다. 한글학회 창립 100돌 기념행사는 연구발표와 국제학술대회를 제외하고는 그림전시회, 한글학회를 이끈 스승 추모전, 우리말글 지킴이 위촉식, 기념카드 발매 등이 전부였다.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81)은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민들이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를 바랐지만 대부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부의 행사 지원금 중 일부를 떼어 내 내년까지 100년사 편찬작업을 벌이는 일이 그나마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한글사전 편찬 사업, 남북한 공동 표준말 연구, 문화지도 편찬 등 현안 사업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한글 자료 쌓아둘 곳도 없는 한글학회=한글학회는 1908년 8월31일 서울 봉원사에 국어를 연구할 목적으로 설립된 뒤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 ‘큰사전’ 편찬과 발행 등 한글 연구와 다듬기에 큰 기여를 해 온 국내 유일의 민간 한글 연구단체다.
운영 재원은 지난 77년 국민 성금 등으로 종로구 신문로에 지은 5층짜리 ‘한글회관’ 건물 임대수입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건물의 80% 이상을 빌려주고 받는 월 3000여만원의 임대료와 일부 연구사업에 대한 지원금이 수입의 전부다. 그나마 임대료 수입은 사무실 운영비와 11명의 학회 직원 급여를 주는 데 대부분 사용된다.
이 건물의 5층 일부를 사용하고 있는 한글학회는 도서관이나 연구실조차 없어 중요한 한글 관련 자료 및 고서들이 사무실 바닥에 쌓여 있다.
김 회장은 “제대로 된 한글교육은 도외시하면서 영어사업에는 몇억원씩 투자하는 정부와 자치단체를 보면 진정 교육이나 문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혜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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