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된 가요 '황성옛터'를 부른 가수 이애리수(李愛利秀)씨가 생존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98세의 이씨는 경기도 일산 백송마을의 한 아파트형 요양시설에서 간병인과 자녀, 손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씨는 3년 전부터 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이씨는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대화는 어려운 것으로 간병인들은 전했다.
한국인 왕평이 작사하고 전수린이 작곡한 '황성옛터'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상을 담은 가사와 구슬픈 곡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로 시작되는 희망가(1921년), 윤심덕의 '사의 찬미'(1926년) 등도 초창기 대중가요지만 대부분 일본곡이나 유럽곡을 개사한 것으로 한국인이 작사ㆍ작곡한 대중가요로는 '황성옛터'를 최초로 보는 견해가 많다.
특히 고려 옛 궁궐터인 개성 만월대의 쇠락한 모습에 나라를 빼앗긴 아픔을 빗댄 가사 덕분에 조선총독부의 압력에도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 국민가요가 됐다.
황성옛터에 밤이되니 월색만 고요해
페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아 ~ 외로운 저나그네 홀로이 잠못이뤄
구슬픈 버래소래에 말없이 눈물져요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것을 말하여 주노나
아 ~ 가엾다 이내몸은 그무엇 찾으려
덧없는 꿈의거리를 헤매여 있노라
나는 가리로다 끝이없이 이발길 닿는곳
산을넘고 물을건너 정처가없이도
아 ~ 한없는 이서름을 가슴속 깊이않고
이몸은 흘러서 가노니 옛터야 잘있거라
1928년 단성사에서 열린 극단 취성좌(聚星座) 공연의 막간 무대에서 18세 가수 이애리수의 노래로 처음 소개됐고, 1932년 빅타 레코드에서 '荒城의 跡'이라는 음반으로 발매된 후 당시로는 대단한 물량인 5만장이 팔렸다.
본명이 이음전(李音全)인 이애리수는 개성에서 태어나 9세에 극단에 들어가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다 18세에 '황성옛터'를 처음 불렀고 1932년 음반 발매 후에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2세에 연희전문학교 재학생이던 남편 배동필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지만 집안에서 반대하자 동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혼, 2남7녀를 낳아 기르면서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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