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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근대화 40년 상징 “세운상가 안녕 ! ”

by 세월따라1 2008. 12. 18.

ㆍ서울 도심 녹지축 조성사업 착공

서울 근대화 40년 역사가 오롯이 녹아있는 종로 ‘세운상가’가 도심의 녹지축 조성을 위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17일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의 일환인 ‘세운녹지축 조성’ 1단계 사업 착공식을 갖고 가장 먼저 세운 현대상가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철거작업 현장에서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사진 왼쪽).

세운상가에는 숲길과 주상복합단지(조감도)가 들어설 예정이다. |김창길기자

 

◇ 중장년층 향수 남은 곳=세운상가는 1970~80년대 서울시의 대표적 랜드마크였다. 이곳은 없는 것이 없는 만물시장이었다.

가전제품은 물론 기계·의류·잡화 등 식료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소비재를 이곳에서 살 수 있었다. ‘해적판 레코드’ 같은 값싼 복제품들이 유통됐고, 비디오가 보급되면서는 불법 포르노물이 거래되던 곳이다. 술자리에선 심심치 않게 “세운상가에선 인공위성·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기도 했다. 세운상가는 67년 세상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화제였다. 서울 종묘에서 청계천로, 을지로를 거쳐 퇴계로로 이어지는 1㎞ 축을 따라 들어선 8개의 주상복합건물은 1인당 국민소득이 144달러에 불과했던 당시로선 서울의 도시 역사에서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나들이온 사람들은 세운상가를 둘러보는 것을 중요한 일정으로 잡았다.

◇ 일선 구청 계장의 아이디어로 탄생=60년 중구청에 근무하던 이을삼 계장은 도심 내 불법점유 무허가건물을 없애기 위해 ‘대한극장 앞~청계천 4가간 계획도로 정비방안’이라는 행정 연구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박 대통령은 당시 “깊이 연구해서 소신껏 처리하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1966년 7월 김 시장은 종로구와 중구에 이 지대의 무허가 건물 철거를 지시하고 석달 뒤 곧바로 현대상가 기공식을 가졌다. 설계는 당시 건축가 김수근씨가 부사장으로 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가 맡았다.

세운상가는 당시 국내 전자산업의 태동과 맞물려 70~80년대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한때 제1도심 상권의 영화를 누렸다. 그러나 백화점과 각종 할인점, 인터넷 판매 등의 위세에 밀려 몰락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에 대해 ‘도심 교통난의 주범’ ‘남북 녹지축을 훼손하는 흉물’이란 비난이 이어지자 도심 재생사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화단체들을 중심으로 세운상가를 기억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도시기록 보존모임인 ‘문화우리’는 올초부터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세운상가를 기록한 사진물 1000여점과 동영상·도록 등을 작성했다.

◇ 어떻게 변하나=서울시는 2006년 10월 종로구 종로3가동 일대를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본격적인 도심 재정비사업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1단계로 세운상가 내의 현대상가에 대한 철거공사를 벌여 내년 4월까지 길이 70m, 폭 50m, 전체면적 3000㎡의 녹지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광장이 만들어지면 시가 종묘 일대에 조성 중인 어도축(御道軸, 과거 임금이 종묘를 드나들던 길)이 200m로 늘어난다.

시는 세운상가내 세운·청계·대림상가 간 폭 90m·길이 290m의 2단계 녹지축 사업을 20012년까지, 삼풍·풍진·신성·진양 상가 간 폭 90m·길이 500m의 3단계 녹지축 사업을 2015년까지 각각 마칠 계획이다. 시는 세운상가 일대에 폭 90m·총 길이 약 1㎞에 이르는 대규모 녹지축이 조성되면 인근의 청계천축,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문화관광 벨트로 연결돼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녹지축 인근에는 43만8000㎡의 주상복합단지를 만드는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이 함께 추진된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착공식에서 “생산 유발과 고용 창출 효과가 각각 12조원과 12만5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세운 녹지축 조성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서울 도심의 경쟁력을 일거에 높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심혜리기자 grace@kyunghyang.com>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12171751175&code=9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