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술은 거르는 방법과 증류 여부에 따라 크게 탁주·청주·소주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한국전통식품연구'· 조은자 성신여자대학교출판부). 전통술은 대개 술독에 고두밥(아주 되게 지어져 고들고들한 밥·지에밥)과 물, 누룩을 넣고 버무려 발효 및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밥알에 든 녹말이 삭아 당에서 알코올로 바뀌는 동안 탄산가스가 발생합니다. 이 탄산가스는 가벼워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고 대신 쌀 껍질만 남은 밥알들이 수면 위로 동동 떠오르게 되지요. 이렇게 해서 만든 술이 바로 동동주입니다. 자연적인 발효 과정을 거친 술의 알코올 도수는 14~16도 정도입니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청주(淸酒)는 이 동동주에 용수(싸리나 대오리로 만든 둥글고 긴 통)를 박아 빈 공간으로 스며든 것을 받은 술"이라고 설명합니다. 한산소곡주, 경주법주 등이 청주에 속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맑고 투명한데다 맛과 향도 좋아 주로 귀족이나 부자들이 마셨고, 조상 제사에 올리는 제주(祭酒)의 으뜸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탁주(濁酒)는 "청주를 떠내고 남은 것을 자루 또는 체에다 뭉개 큰 술지게미는 걸러내고 받은 술, 또는 용수를 박지 않고 청주도 떠내지 않은 채 걸러낸 술 모두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막걸리 박물관인 '배다리 박물관'의 박관원 관장은 "청주가 섞이지 않은 탁주나 청주를 떠내지 않고 그대로 짜낸 탁주에 물을 적당량 섞어 또 한번 자루나 체에 걸러내면 막걸리가 된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확 낮아져 6~8도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막걸리란 명칭도 "촘촘한 용수에 받아내는 청주와 달리 상대적으로 구멍이 엉성한 체에 '막, 그러니까 정성들이지 않고 함부로 걸러낸 술'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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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싸리나 대오리로 만든 둥글고 긴 통)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에 따르면 옛 문헌에서는 탁주를 '백주(白酒)'라고도 불렀다 합니다. 당시에도 부유한 귀족들은 청주를, 가난한 농민들은 술지게미가 섞여 있는 백주를 마셨다고 하네요. 고려 때 문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가 쓴 '백주시(白酒詩)'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 요새는 벼슬에서 물러나서 녹봉이 줄어든 탓인지 맑은 술을 계속해서 마시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백주를 마시는데, 금방 체하여 기분이 나쁘다."
박록담 소장은 "서민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막걸리란 이름이 1916년 조선총독부가 '주세령'을 발표하면서 처음 공식적으로 불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국 각지의 양조장에서 초기에는 탁주만 팔았는데 점점 쌀이 부족해지면서부터 물을 섞어 팔게 됐고, 당시 주세법은 물 탄 탁주를 물 안 탄 탁주와 구분하려고 '막걸리'라는 상표를 붙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김경은 문화부 학술담당 기자 eun@chosun.com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03/20100303020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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