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채식·육식 오해와 진실
건강한 식탁에 관심이 커지면서 채식 열풍이 거세다. 유제품도 안 먹는 비건, 달걀은 먹는 오보 베지테리언, 해산물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등 다양한 유형의 채식 인구가 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채식만으로는 건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육식주의자(meatarian)’의 반격이 시선을 끌고 있다. 이들은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만 고집하는 식단이 모두에게 건강식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폐경 이후 갑자기 체중이 10㎏ 이상 늘면서 당뇨병까지 얻은 김혜경(53·여)씨. 혈압·콜레스테롤·혈당이 높아지자 고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채식을 시작했다. 그런데 1년간 이어진 채식 식단으로도 살이 빠지기는커녕 콜레스테롤과 혈당 역시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체력이 고갈돼 병원을 찾았다.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고기를 전혀 먹지 않아 포만감이 없다 보니 밥의 양을 늘리고 빵·면 같은 간식을 자주 먹어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포도당으로 변환된 후 근육·혈액 속에 '글리코겐'형태로 저장된다. 이 글리코겐은 체내에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된다. 반면 쓰고 남은 글리코겐은 피하·내장 지방으로 축적된다. 강 교수는 “기름진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도 콜레스테롤이 높아진 건 간에서 체내에 남아도는 탄수화물을 콜레스테롤로 전환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 섭취를 하지 못해 근육량도 줄었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 소비가 둔해져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김씨는 이후 4개월간 살코기와 흰 살 생선을 곁들이며 운동한 결과 체중을 10㎏ 정도 감량했다. 콜레스테롤·혈당 수치도 덩달아 내려갔다.
채식이 만능건강법으로 통한 데는 ‘육식이 만병의 근원’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비만 같은 생활습관병의 원인이 고기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오스트리아 의대는 식습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채식만 하는 사람이 채소·고기를 함께 먹는 사람에 비해 건강 상태가 불량하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체질량 지수가 정상 범위인 오스트리아인 1320명을 대상으로 채식주의 그룹, 육식을 함께하는 그룹으로 구분해 이들의 질환을 조사했다. 그 결과 채식주의자는 육류를 많이 먹는 그룹보다 알레르기 질환 보유율이 2배 많았고, 암 발생률도 1.6배나 높았다.
성장기 어린이, 섬유소 과하면 영양 흡수 방해
전문가들은 채식만 고집하는 것이 또 다른 편식이라고 지적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조성중 교수는 “채식만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첫째로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는 체력·면역력이 축나기 쉽다. 신체 성장과 생리 기능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성중 교수는 “콩에는 필수아미노산 중 하나인 메티오닌과 라이신이 풍부하지만 시스틴·트립토판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동물성 단백질에는 10종의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있다. 차움 디톡스슬리밍센터 이윤경 교수도 “필수아미노산은 체내에서 충분히 합성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음식에서 공급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는 근육뿐 아니라 피부·머리카락·손톱과 같은 인체 조직의 원료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 호르몬이나 각종 효소의 주성분도 단백질이다.
둘째로 신체 건강상태에 따라 고기를 안 먹는 채식이 병을 키울 수 있다. 먼저 성장기 어린이에게 문제가 된다. 이윤경 교수는 “섬유소만 과하게 먹으면 칼슘·아연·마그네슘 같은 무기질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해 영양결핍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인에게도 복통이나 복부팽만감 같은 증상이 오기 쉽다. 이 교수는 “채소 섬유질이 장내에서 가스를 많이 생성하는데 평소 위장관에 문제가 있어 트림·소화불량이 있거나 변비·복부팽만감이 있다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셋째로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포만감이 줄어 자칫 과식으로 이어진다. 강재헌 교수는 “채식만으로는 포만감이 충분치 못해 간식을 찾고, 이것이 탄수화물 과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부른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건강한 성인에게도 장기간 채식만 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 이윤경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와 노인, 임산부,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는 부작용이 더 크고 빠르다”고 말했다.
육식을 하면 콜레스테롤이 쌓일까 두려워하는 이가 많다. 포화지방 때문이다. 강재헌 교수는 “고기가 심혈관·동맥경화 질환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편견”이라며 “갈비·삼겹살에는 포화지방이 많지만 안심·다리살 같은 부위는 다른 식품·고기보다 포화지방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기는 적절히 섭취하면 다이어트에 유용한 식품 중 하나”라며 “주성분이 단백질이므로 포만감을 주고 아미노산·비타민B군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빈혈·암 환자와 임산부는 고기 섭취 필수
신선한 고기는 다양한 미세영양소를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자연식품이다. 고기에는 철·아연뿐 아니라 구리·망간 같은 미량의 원소가 많다. 특히 빈혈환자 등 철분 섭취가 필요한 사람에게 고기는 보약이다. 고기에는 체내 흡수율이 20%로 높은 철분인 헴철(heme iron)이 있다. 시금치 같은 채소의 비헴철 흡수율은 5% 내외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임신을 앞둔 여성·임산부에게 체내 흡수가 빠른 혈중 철분인 헴철을 함유한 식품을 먹고, 철분 흡수를 촉진하는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을 함께 섭취하라고 권고한다. 고기를 먹을 때는 무잎·시금치 같이 철분이 많이 있는 채소를 함께 섭취하면 효과가 더 좋다. 고기 단백질이 야채에 있는 비헴철의 흡수를 돕는다.
암환자도 고기 섭취가 필요하다. 수술, 항암 약물, 방사선치료로 인해 체내 단백질이 감소하면 인체 영양 구성이 망가지기 쉽다. 채식만 고집하면 항암치료를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힘들다. 고대구로병원 영양팀 김원경 영양사는 “붉은 고기가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해”라며 “직화구이같이 고온에서 고기를 조리할 때 생성되는 발암물질, 아질산염같이 가공육에 포함된 물질이 문제”라고 말했다.
위암 수술 후에는 철분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고기를 꼭 챙겨 먹는다. 김 영양사는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로 고기 맛에 민감해져 쓴맛·금속 맛이 나 섭취가 어렵다면 고기를 과일·마늘·양파·카레 등과 같이 조리해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때 매끼 채소 반찬 두 가지 이상을 식사에 구성하는 것이 균형잡힌 식단이다. 김원경 영양사는 “다만 항암치료 시 약물 부작용으로 면역력이 저하됐다면 면역력 회복까지는 김치·샐러드·생채 등 생채소의 섭취를 일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펌>http://joongang.joins.com/article/142/17822142.html?ctg=1601&cloc=joongang|home|newslis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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