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영양사협회와 함께 과일과 열매채소에 담긴 영양소를 분석해봤다.
딸기: 지금이 제철이다. 비타민C가 귤의 1.5배, 사과의 10배라 6, 7개면 하루 권장량을 금방 채울 수 있다. 비타민C는 여러 호르몬을 조정하는 ‘부신피질’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몸이 축축 처지는 봄에 특히 필요하다. 항산화 성분 중 하나인 안토시아닌은 빨간색이 선명한 과일에 더 많이 들었다. 이 성분은 혈중의 중성지방을 낮추고 몸에 좋은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높여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춘다. 우유와 궁합이 맞는다. 으깬 뒤 우유에 넣어서 마시면 칼슘과 철분이 더 쉽게 흡수된다. 반대로 설탕을 뿌려먹으면 비타민C가 파괴되고, 설탕이 몸속에서 분해될 때 딸기에 들어 있는 여러 영양소도 함께 소모시킨다.
토마토: 비타민B, C가 골고루 들어있지만 특히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비타민A를 만드는 기능뿐 아니라 고기를 구웠을 때 나오는 발암물질을 줄여준다. 고기나 생선에 곁들여 먹으면 좋은 이유다. 혈관질환 예방과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리코펜은 토마토를 삶아먹으면 흡수율이 2, 3배로 높아진다. 삶으면 영양성분이 농축되고 단맛이 나기 때문에 꼭지를 떼고 냄비에 넣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끓여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면 3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요즘 시장에 나오는 초록색 ‘대저토마토’는 짭짤하고 아삭해 별미다.
참외: 여름 과일로 불리지만 체액이 산성으로 변하기 쉬운 늦봄부터 먹어도 몸을 알칼리 상태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뇨작용이 뛰어나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항암 성분인 쿠쿠르비타신도 많이 들었다. 대부분 물로 이뤄져 있어 열량도 낮은 편이다. 맑은 노란색을 띠고 타원형으로 단단한 것을 골라야 맛있다. 꼭지에서 달콤한 향이 너무 진하게 나면 수확한 지 오래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복숭아: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어 피부 결속력을 강화시켜 준다. 펙틴은 미백 효과가 있어 화장품에도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아스파라긴산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피로를 해소해준다.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온도다. 참외가 5∼7도로 시원해야 맛있다면, 복숭아는 8∼13도에서 가장 맛있다. 어쩔 수 없이 냉장고에 보관해뒀다면 꺼내어 바로 먹지 말고 상온에 잠시 뒀다가 먹는 게 좋다.
사과: 껍질을 까먹으면 영양소의 3분의 1은 버리는 셈이다.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 근육량을 늘리고 근육 위축을 막아 오십견에 좋은 우르솔릭산 등이 껍질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먹기 전 물이나 과일용 세척제로 헹구면 농약도 거의 남지 않는다. 다만 신맛이 강해 공복에 먹으면 위 점막을 자극할 수 있다.
귤: 특히 껍질의 흰 부분에 비타민과 구연산이 들어있어서 떼어내지 않고 먹는 게 모세혈관 건강과 피로 해소에 더 좋다. 말린 껍질을 우려내 차로 마시거나 입욕제로 쓰면 좋다. 베타크립토크산틴 성분은 간염을 억제하고 지방 세포가 에너지를 많이 쓰도록 만든다고 한다. 다만 열량이 높아 귤 3개가 밥 한 공기와 비슷하다.
체리: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특히 먹어볼 만하다. ‘숙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많이 들어 있어 불면증이나 시차 적응에 좋다. 췌장에서 인슐린의 분비를 1.5배 정도 늘려주기 때문에 혈당 흡수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아니딘 성분은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춰 통풍 환자에게 좋다. 로마시대에는 약으로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알이 포동포동하고 광택이 나는 게 싱싱하다.
임경숙 대한영양사협회장은 “제철 과일 위주로 먹되 과일마다 많이 들어있는 생리 활성화 물질이 다 다르므로 최소 주 3회 이상 골고루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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