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性’ 정년 있나

 

 

■ 법원 ‘69세까지 성관계’ 판결 논란
“70세 넘어도 가능한데… 너무 짧게 산정” 반론 빗발쳐
남자는 성기능 향상에 관심… 여자는 일방관계 거부감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교통사고로 발기 장애가 생긴 윤모 씨(47)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윤 씨 진단 결과 69세까지 성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고 보여 보험사는 22년간의 발기부전 치료비 4800만 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윤 씨 사례를 모든 남성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지만 판결 직후부터 성관계의 ‘정년’이 몇 살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법원의 의뢰를 받은 의사는 윤 씨의 신체 상태를 감안하면 60세까지는 주 2회, 69세까지는 주 1회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법원은 이 진단을 근거로 “보험사는 윤 씨에게 성관계에 필요한 보형물을 교체하고 삽입하는 비용과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데 드는 비용 등 모두 4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알려지자 노인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70대인 나도 여전히 주 1회 부부생활을 하는데, 법원이 69세로 성관계 정년을 정한 것은 옳지 않다’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왔다. 노인도 활발한 성생활이 필요한데, 성관계 가능 기간을 너무 짧게 산정했다는 것. 반면 ‘나이 먹을 만큼 먹었는데, 몇 살까지 성관계를 하느냐를 입밖에 꺼내는 것 자체가 민망하고 주책이다’고 반박하는 글도 보였다. 때 아닌 ‘성관계 정년’ 논란이 일고 있는 셈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발기부전치료제 복용이 일반화되면서 노인의 성(性)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의 날(10월 2일)을 맞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3일 개최한 ‘노인의 성 건강 증진’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5∼8월 노인 성상담 392건 중 남성 노인의 성기능 장애에 관한 상담이 33.7%, 부부간 성 갈등 21.2%, 이성교제 문제가 13.8%를 차지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그동안 성상담전화를 운영해오다 노인들의 상담이 늘어나자 올해 5월부터 노인 성상담전화를 따로 개설했다.

 

상담 전화를 거는 노인은 남성 293명(75%), 여성 99명(25%)으로 남성이 3배나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가장 많았지만 70대 이상도 결코 적지 않았다. 남성은 60대 45%, 70대 34%, 50대 7% 순이었고, 여성은 60대 52%, 70대 28%, 50대 18%였다.

 

70대 노인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젊은층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72세의 할머니는 “남편이 술에 취해서 밤에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며 자꾸 괴롭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고 물었고, 70세의 할아버지는 “비아그라를 복용하면서 동시에 보조기구도 사용해 볼까 하는데 몸에 별 이상은 없겠는가”라고 물었다.

 

정신숙 인구보건복지협회 고령화대책사업본부 팀장은 “노인 성문제는 여성 폐경기가 시작되고 남성 성기능이 떨어지는 50대부터 시작된다”며 “노년기가 오기 전에 성문제에 대한 고민을 부부가 공유하고 성교육을 받으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fbin/output?f=c_s&n=2009092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