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기 정석은 적게 먹는 것밖에 없다
달걀은 콜레스테롤이 아주 많은 식품이다.
어떤 이들은 단지 그 이유로 달걀을 멀리한다.
먹고 안 먹고는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 탓에 피하는 건
본인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건강한 몸의 가장 큰 적은 불량한 지식이다. 누군가가 전한 불확실한 정보들이 우리의 몸을 망치고 있다. 다이어트 역시 마찬가지다. 잘못된 지식에서 출발한 다이어트는 실패할 게 뻔하다. 물론 먹는 양을 줄이지 않는 한 현존하는 다이어트 방법이 모두 무용지물이지만….
필자는 지난 글에서 지방의 무죄를 주장했다.(본보 6월 9일자 B5면 참조) 이달 27일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보스턴아동병원의 카라 이벨링 박사팀은 저지방 식단을 활용해 체중을 줄였더니 저당(低糖) 또는 저단백질 다이어트보다 평균대사량이 220Cal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대사량이 줄어들면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찔 수 있다. 요요현상이 쉽게 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방보다 더 심한 차별을 받아온 것이 있다. 필자가 누명을 벗겨주고자 하는 주인공은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혹자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동일한 물질이라고 오해한다. 어떤 이는 심장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콜레스테롤을 몸 안에 들이지 않기 위해 지방을 멀리했다. 언제인가부터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구분하고 있다. 한마디로 다 틀렸다.
콜레스테롤, 네 정체가 뭐냐?
‘C₂7H₄6O’ 콜레스테롤의 정체다. 탄소(Carbon) 원자 27개와 수소(Hydrogen) 원자 46개, 그리고 산소(Oxygen) 원자 1개로 이뤄진 유기화합물. 18세기 후반 담석에서 처음 발견된 콜레스테롤(cholesterol)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담즙이라는 뜻의 ‘chole’와 고체를 의미하는 ‘stereos’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불포화지방으로 인해 벌어진 세포막을 채워줌으로써 세포의 안정성과 막 투과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래서 불포화지방이 많은 뇌에 콜레스테롤이 가장 많다. 뇌의 중량은 전체 몸무게의 2%밖에 안 되지만 뇌가 보유한 콜레스테롤은 몸 전체 콜레스테롤의 25%나 된다. 콜레스테롤은 또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 담즙산 등 스테로이드 계열 호르몬을 합성하는 원료가 된다.
이렇게 중요한 콜레스테롤이 왜 인간의 적이 됐을까. 미국에서는 1930년경부터 심장병이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의 ‘전미 콜레스테롤 교육프로그램(NCEP)’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청산가리나 비소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고 못 박았고, 이에 따라 달걀 버터 육류 등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은 심장병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그래서 1950년부터 미국의 달걀 소비량은 급속하게 줄었고 버터는 마가린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미국인의 평균 콜레스테롤 수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심장병은 여전히 심각한 질환이다.
한 가지 큰 오해를 한 탓이다.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는 식품만을 먹어도 몸속 콜레스테롤 수치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채식만 하는 스님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재보라.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대부분(80%)은 간에서 24시간 꾸준히 합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의 합성이 줄고, 섭취량이 부족하면 많이 합성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한다. 동물은 거의 모든 영양소를 식물로부터 얻지만 콜레스테롤만큼은 직접 체내에서 생합성한다.
나쁜 콜레스테롤이란 없다
사람들은 지방을 적으로 삼다가 이내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눠 포화지방만 공격하기 시작했다. 콜레스테롤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콜레스테롤을 독극물 취급하더니 지금은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구분한다.
흔히 고밀도 지방단백질(HDL)을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하고 저밀도 지방단백질(LDL)은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이 말부터가 오해다. 지방단백질은 지방과 단백질, 인지질, 그리고 콜레스테롤이 혼합된 형태다. HDL과 LDL을 구분하는 기준은 단백질의 비율이다. 크기가 작은 HDL은 단백질 비율(45%)이 높고, HDL보다 평균 12배가 큰 LDL은 단백질 비율(25%)이 낮다. HDL이나 LDL이나 똑같은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 그 양만 HDL보다 LDL이 더 많을 뿐이다. “HDL은 좋고, LDL은 나쁘다”고 하는 것은 “콜레스테롤이 적으면 좋고, 많으면 나쁘다”는 얘기밖엔 안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HDL은 심혈관에 좋고 LDL은 나쁘다’는 기존 상식과 배치되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미 보건당국은 지난해 5월 심혈관계 질환자 3414명에게 LDL을 낮추는 고지혈증치료제와 HDL을 높이는 니아신(니코틴산·수용성 비타민B군의 일종)을 함께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32개월 만에 중단시켰다. 중간 검토 결과 혈중 HDL 농도는 높아졌지만 심장마비 위험을 줄이지 못했고 오히려 뇌중풍(뇌졸중)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2006년에는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가 혈중 HDL 농도를 높이는 신약을 개발하던 중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를 중단했다.
굳이 HDL과 LDL의 선악을 따지려면 단백질을 조사하는 게 맞다. 미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여성 3만2826명과 남성 1만8225명을 최장 1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들 중 관상동맥질환을 보인 634명을 연구해 보니 체내 HDL-C(지방단백질 표면을 감싸는 10종의 단백질 중 하나인 ‘apoC-III’을 포함한 HDL)가 많은 경우 오히려 심장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래도 콜레스테롤을 의심할 텐가
달걀은 콜레스테롤의 보고다. 그래서 아직도 달걀을 쉽게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지방을 먹으면 몸속에 지방이 쌓여 살이 찌고, 콜레스테롤을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쌓여 심장병에 걸린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2010년 6월, 이전 50년간의 자료 조사와 자체 연구를 통해 “식품으로 섭취된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결과에서도 달걀을 많이 먹는 일본, 멕시코, 프랑스, 스페인 등이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올해 4월 미국 코네티컷대 연구팀도 대사증후군을 앓는 경우 하루 달걀 3개를 먹으면 몸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살이 찌면 우리는 지방을 먼저 용의선상에 올린다. 살찐 사람이 심장질환에 걸리면 지방을 먹으면서 함께 섭취한 콜레스테롤 때문이라 여겼다. 그러면서 시간만 허비했다. 지방 탓, 콜레스테롤 탓 이제는 그만하자. 식사량만 줄이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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