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4년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1964년 12월 2일 김정렴 당시 상공부 차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들 앞에 섰다.
"우리가 염원하던 자립 경제의 확립과 경제 발전의 역사적 기점이 마련됐습니다."
이틀 전인 11월 30일 한국의 수출액이 사상 처음 1억달러를 돌파했다. '무역의 날'은 이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정부는 수출 목표(1964년 1억2000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세관 직원들을 출근시켜 배에 수출품을 실었다. 당시 수송선에 실린 제품은 철광석·주석·오징어·가발·의류였고, 품목별 수출금액은 수십만달러 내외였다.
단일 품목으로 처음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상품은 선박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77년 선박 수출액은 5억1200만달러. 무역협회 이상준 과장은 "77년부터 품목별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해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에 선박 수출이 1억달러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역협회와 업계의 자료에 의하면 1964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가 바지선 30척을 베트남에 수출한 것이 한국의 선박 수출 1호로 기록돼 있지만 수출금액은 남아 있지 않다.
선박에 이어 반도체(1970년대 중반), 합성수지(1981년), 자동차(1983년)가 차례차례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하면서 대한민국의 수출 규모를 키웠다. 선박은 1981년 13억9000만달러를 수출하며 10억달러 벽도 가장 먼저 넘어섰다.
하지만 100억달러 수출 고지는 반도체가 먼저 뚫었다. 반도체 수출은 1987년 선박을 제친 뒤 1995년 167억3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의 과감한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로 반도체는 2007년까지 수출액 1위 자리를 지키다가 지난해 선박에 1위를 내줬다.
거래액이 큰 선박·반도체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액은 1977년 100억달러, 1995년 1000억달러, 2004년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1992년 6억달러를 첫 수출한 휴대전화는 작년 334억달러어치를 팔았고, 1976년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수출해 물꼬를 튼 자동차 수출은 작년 313억달러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제1회 수출의 날'이 열린 1964년 당시 한국은 세계 90위의 수출국이었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http://issue.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15/2009091500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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