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한량과 건달이 너무 번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좋아져서 그런지 삭막해서 그런지 이유는 모르지만 은연 중에 자기 자랑하는 부류가 많은 것은 틀림 없다. 흔히들 ‘나는 너에게 조금도 꿀리지 않는다.’는 자존심일 게다. 그래서 자기와 다른 견해에 대해서 끝까지 대꾸한다. 한량과 건달은 언뜻 보면 다른 말인 것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공통점이 많다.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사람 중에도 한량과 건달이 있고, 댓글을 다는 상당한 사람들도 한량과 건달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 있다. 교수도 이러한 부류에 예외는 아니다, 또한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하며 한 자리 넘나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마찬가지 부류다. 취직도 되지 않고 이곳 저곳을 오가는 사람도 한량과 건달끼가 있다. 오직 생업에 열중하는 사람 이외는 한량과 건달 축에 속하는 사람이 많다고 보면 된다. 이런 생활을 벗어나서 선택된 부류가 되면 이들을 선량이라고 부를 수 있다. 소위 출세한 사람이다.
한량(閑良)은 원래 아직 무과에 급제하지 못한 무반(武班)의 사람을 뜻하던 말이다. 무과 준비를 위해 활을 쏘러 다니던 한량 중에는 멀지 않아 벼슬길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거들먹거리거나 무예 연마 기간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아무 하는 일 없이 노는 일에만 열심인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일부 한량들의 모습에서 부정적인 뜻이 덧붙게 되어 오늘날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한량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특별한 꿈이나 목표가 없어 이것 저것 찔러보기 식으로 많이도 도전하고 포기하다가 어느날 ´한량´이 적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엉뚱한 짓을 하다가 성공한는 경우도 있다. 연금술사를 쓴 작가는 유명 음반회사의 중역으로 살다가 다 집어치우고 한량이 되어 유럽으로 순례여행을 갔다가 유명한 작가로 성공까지 하게 되어 명성과 떼돈을 번 경우이고, 우리 주변에는 특이한 캐릭터로 무대에 뜨는 경우도 있다.
한량도 이런 조건을 갖추었다면 한 번 부러워할 수 있다.
첫째 여자에게 친절하다.
동양 철학의 기본인 음양 이론으로 보았을 때 여성은 음에 해당 된다. 여자에게 친절하지 못하는 사람치고 괜찮은 사람 하나도 못 보았다. 또한 친절은 몸속에 배어 있어야 한다. 어설픈 친절을 베풀다가는 변태 정도로 밖에 취급 받기 때문이다.
둘째로 돈이 있다.
돈도 없이 한량 흉내를 내는 사람은 한량이 아니라 양아치나 다름 없다. 돈이 있어야 당당히 한량을 할 수가 있다. 돈도 없이 허우대만 멀쩡해서 여자 등치는 놈은 한량이 아니라 제비족이라 부른다.
셋째로 취미가 있다.
골프 등 돈으로 쳐바르면 되는 그런 취미 말고 예술적인 취미를 가져야 한다. 사진도 좋고 악기도 좋고 독서 취미도 좋다. 좀 더 예술적인 취미를 가져야 한다,
넷째로 학식이 있다.
머리 빈 한량은 한량이 아니다. 잘못 떠벌이면 괴짜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또한 무시 받기 일수이며, 오히려 가만히 있으면 2등이라도 한다는 핀잔만 듣게 된다. 또한 나쁜 머리로 한량짓 하다가 개망신 당한다.
다섯째 항상 도를 넘어서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이 꼬여서 힘드는 것은 항상(中道)를 지키지 못해서이다. 잘못 하다가는 패가망신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천지만물은 항상 변하는 것이 만고 진리다.
북한 사전에 ‘돈 없으면 건달, 돈 있으면 한량’이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는‘건달’은 쓸 돈이 없어 처량한 신세인 사람,‘한량’은 흥청망청 쓸 돈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건달’이건 ‘한량’이건 아무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는 한심한 사람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건달’이라는 단어는 본래 불교 용어 건달바’에서 출발하여 그 어형과 의미가 변하였다고 한다.
`건달바`는 수미산(須彌山) 남쪽 금강굴에 살면서 하늘 나라의 음악을 책임진 신(神)이다. 이‘건달바’는 향내만 맡으면서 허공을 날아다니며 노래와 연주를 하고 산다. 건달바’가 노래와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신이라는 사실에서, 인도에서는 악사(樂士)나 배우까지‘건달바’라고 불렀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여 옛 문헌에 건달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그런데‘건달바’는‘건달’로 어형이 단축되면서 의미도 상당히 변하였다.‘하는 일 없이 놀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 또는‘난봉이나 부리고 다니는 불량한 사람’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한편,‘한량’이라는 단어는 17세기의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한량’또는 ‘할냥’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동국신속삼강행실도”의 ‘한량’ 및 ‘할냥’은 그러한 의미가 아니라 ‘일정한 직사(職事) 없이 놀고 먹는 양반 계층’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한량’은‘놀고 먹는 양반’이라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돈을 잘 쓰며 잘 노는 사람’이라는 일반적 의미로 바뀌었다. 돈푼깨나 있는 양반들이 거들먹거리며 노는 사실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르는 말이다.그런데 사전에는‘한량’과 더불어 그 변화형인 ‘활량’이라는 단어도 나온다.‘한량’이 동화 작용에 의해 ‘할량’으로 발음되자 다시‘활(矢)’과의 연상 작용으로 ‘활량’이 된 것이다.
결국, 지금의 한량이나 건달은 의미가 상당히 변한 단어들이며, 그것도 의미가 부정적인 쪽으로 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할 일 많은 이 세상에 게으르고 무능한‘건달’ 그리고 돈 귀한 줄 모르고 흥청대는‘한량’은 모두 경계해야 할 인물들이다.이들이 바로 사회를 혼탁시키는 무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머리가 좋은 사람 중에 이런 부류가 상당히 많이 섞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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