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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북이 화생방 공격한다면…" 서울의 운명은

by 세월따라1 2009. 3. 8.

 

 

북한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대포동2호 발사 준비를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년 3월. 강원도 이천군 지하리와 평양 상원동 미사일 기지에서 수십 기의 스커드C형 미사일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미사일은 127㎞, 168㎞를 날아 3~4분 만에 서울 한복판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한미연합군의 강력한 반격에 부닥친 북한은 핵탄두, 생화학무기까지 꺼내 들었다….'

최근 북한의 대포동1호(사거리 2600㎞) 대포동2호(3500㎞) 노동1호(1300㎞)미사일이 화제지만 우리에게 정작 치명적인 것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사거리 340~550㎞의 스커드B와 스커드C 미사일과 최근 실전 배치된 신형 KN-02(최대 사거리 160㎞)다.

북한이 서울을 향해 화생방 공격을 한다면 1000만명이 사는 서울은 쑥밭이 된다. 소방방재청 기준에 따르면 직격(直擊) 핵폭탄을 제외한 화생방, 재래식 무기 공격에 견딜 수 있는 시설은 '1등급 대피시설'인데 서울에는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고층건물의 지하 2층 이하나 지하철, 터널 같은 2등급 대피시설도 폭격은 견딜 수 있지만 화생방 공격에는 취약하다. 지하상가 등 건축물의 지하층, 지하차도나 보도는 그보다 더 취약한 3등급이며 단독 주택의 지하층처럼 방호 효과가 떨어지는 곳이 4등급이다.

현재 서울에는 군사시설을 제외하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1등급 시설이 한 곳도 없다. 2011년 완공 예정인 서울시 신청사의 대피시설이 1등급 기준에 따라 건설되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 신청사 건립담당관실 관계자는 "세부 설계가 끝나지 나지 않아서 (대피시설의) 정확한 규모와 구조, 시설에 대해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대전광역시청 지하 대피시설에 있는 가스 여과시설. / 대전=전재홍 기자 jhjun@chosun.com
전국을 통틀어 1등급 대피시설은 11곳, 1만2000㎡에 불과하다. 등록된 전체 대피시설(6191만8000㎡)을 놓고 보면 비율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치다. 2006년 국정감사 당시만 해도 23곳으로 집계됐지만 이후 1등급 시설 기준에 미치지 못한 12곳의 등급이 재조정돼 오히려 줄어들었다.

1등급 대피시설이 되려면 독립된 대피호로 지하 2층 이하에 설치돼야 한다. 철근 콘크리트의 두께가 40㎝를 넘어야 하고 지표면까지의 거리는 최소 2.1m가 돼야 한다.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높이는 2.2m 이상이고, 주 출입구와 반대편의 비상문 등 2개 이상의 출구를 확보해야 한다. 최소 40㎝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방풍벽(防風壁)을 출입구 앞에 두는 것도 필수다.

철문은 두께 7㎜ 이상의 강판을 사용해야 한다. 폭풍파와 열, 진동을 흡수하는 방폭문(防爆門)과 기밀문, 외부 공기를 완전 차단하는 고무 패킹 마감도 규정돼 있다. 대피시설 안에는 최소 2주 정도 비상식량을 저장할 수 있는 식품 저장고를 설치하고 조리시설도 갖추도록 했다. 자가발전기와 충전지 등 비상 전원, 방송통신시설, 공기여과기, 제독시설과 방독면 같은 개인 방호장비도 갖춰야 한다.

 
▲ 경기도 양주시청 지하 청정기계실에 있는 대피시설용 급기장치. / 양주=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3일 경기도 양주시 남방동 시청사 지하의 비상대피소를 찾았다. 전체 면적은 990㎡로 최대 1200명이 대피할 수 있는 1등급 대피시설이다. 2000년 청사가 완공돼 시설과 관리가 비교적 양호했다. 40㎝ 두께의 육중한 출입문 뒤로 15㎝ 두께의 출입문이 또 하나 보였다.

외부에서 오염된 장비를 보관하는 전실을 지난 뒤 특수 용제를 사용해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지역, 3분 이상 강력한 바람을 쏘아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지역을 지나야 비로소 청정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각각의 방도 두께 15㎝에 고무 패킹이 돼 있는 철근 콘크리트 문으로 차단된다.

안전 구역은 평소 대회의실과 체력 단련실로 활용되지만 비상 상황에는 즉시 민간 지휘본부로 전환된다. 구급 장비가 비치돼 있고 700여개의 방독면이 박스에 담겨 있었다.

복도 건너편 청정기계실은 가스 여과기와 송풍기를 통해 신선한 공기를 보내주는 시설이다. 양주시청 재난민방위팀 이상무씨가 대형 급기 팬을 가리켰다. 지하 대피시설 안의 공기압을 외부보다 높게 유지해 압력 차이에 의해 적의 화생방 공격으로 오염된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이씨는 "작년 6월부터 매달 한 차례 시설을 가동해 점검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5마력짜리 급기 팬을 7마력짜리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부산 강서구청 지하 대피시설 출입구에 설치된 대형 방폭문. / 부산=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부산에는 강서구청과 기장군청 등 2곳에 1등급 대피시설이 있다. 면적은 600㎡ 안팎이다.

광주광역시청(1155㎡)·대전광역시청(1980㎡)·울산광역시청(1108㎡)에도 있다. 2005년 완공된 전주시 완산구 전북도청(2257㎡)의 대피시설은 1등급 시설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같은 해 완공된 무안군 삼향면의 전남도청(1155㎡)도 1등급 대피시설을 갖추고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3/06/2009030601032.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1_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