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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매거진 esc 100호 특집] 숫자 100에 얽힌 즐거운 이야기

by 세월따라1 2009. 5. 7.

 

백번 쓰러뜨리고도 힘 벌떡
[매거진 esc 100호 특집] 100호 맞아 뒤져낸 숫자 100에 얽힌 즐거운 이야기

 

 

 박미향 기자

 

백번 선본 남자

 

(아래 내용은 모두 취재에 기반한 ‘팩트’입니다.) 김경수(가명·44)씨는 국내 한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해서 지난 3년 동안 100번 선을 봤다. 100명의 여자를 만나고도 아직까지 총각이다. 눈이 하늘에 달린 것일까, 혹시 말 못하는 사정이? 미스터리를 풀어보자.

 

김씨는 한 대기업에서 초고속 승진한 부장이다. 곧 상무이사 직함이 눈앞에 있다.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성품도 좋아 직장에서 가장 존경받는 상사, 동료로도 뽑혔다. 외모도 훌륭하다. 오지호를 닮은 얼굴,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자랑하다. 사업하는 아버지 슬하에서 화목하게 자란 ‘엄친아’다. 선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독신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 ‘만남 신청’만 300건을 넘었다고 한다. 그가 만난 100명의 여성들은 고관대작의 따님부터 ‘사’로 끝나는 전문직 여성들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늘 만남 뒤에 그가 던지는 말은 ‘노.’ 이유도 여러 가지다. “미모가 너무 뛰어나서 저랑 맞지 않아요”, “너무 다국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네요” 등 기상천외한 답변이 돌아온다. 마치 대기업 부장이 신입사원 면접 보듯이 줄줄 그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분석이 너무 정확해 매치메이커마저 놀랐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여성상은 의외로 단순했다. 적당한 교육을 받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여성, 프리랜서로 일해도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오케이란다. 자신의 직장생활을 잘 이해하는 호감 가는 얼굴을 가진 여성을 찾는다.

 

그와 선본 100명의 여성들은 모두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즐거웠다”, “내 이야기를 아주 잘 들어준다”였다. 부드럽고 자상하다. 그럼 뭐하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킹왕짱’ 훈남이라도 맺어져야 보람인 것을. ‘앞발 뒷발’ 다 든 매치메이커의 마지막 충고는 이랬다. “여자분들이 많이 다니는 헬스클럽으로 출근하세요.”

 

 

 

 

100번째 네오블라이스 눈은 초록색

 

이 아이의 이름을 뭘로 지으면 좋을까요? 블라이스 인형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블라이스는 인형이 아니라 ‘우리 아가’이자 ‘베프’(베스트 프렌드)다. 눈이 비정상적으로 큰 이 아이, 옷과 헤어스타일은 다르지만 대략 새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인형은 1972년 미국의 디자인 회사인 케네사에서 1년 동안 제작·판매됐다 중단됐다. 블라이스가 다시 소생하게 된 데는 1990년대 미국의 사진가 개런(Garan)이 블라이스를 찍은 사진집 <디스 이즈 블라이스>를 펴낸 게 계기가 됐다. 이후 각종 언론매체에 등장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됐고 2001년부터는 일본의 장난감 회사 다카라에서 제작·판매한다.

 

블라이스 인형은 크기 30㎝ 정도의 네오블라이스와 10㎝ 정도의 푸치 블라이스로 구분된다. 블라이스 인형의 디자인은 개성이 생명이다. 디자인 아이템마다 수량이 1000~2000개로 한정되어 있고, 개별 스토리가 따라붙는다. 초록, 주황, 파랑, 분홍의 네 가지 동공 색을 가진 것은 기본. 러시아 의상에서 아프리카 의상까지, 분홍색에서 검은색의 머리색은 물론 버섯에서 토끼 귀까지 머리에 쓴 장식품도 무궁무진하다. 1972년부터 통상 100번째 디자인된 네오블라이스는 프리마돌리 앙코르 애슐릿(Primadolly Encore Ashlette). 2008년 1월 재출시된 블라이스로 체크무늬 그린 원피스와 롱 부츠를 신고 있다. 앞머리 없는 풍성한 갈색 머리가 특징. 눈동자는 녹색이다.

 

 

 

최강 백미르, 우주 정벌만 남았네

 

미남에 두뇌 명석하고 싸움 실력도 막강인 ‘엄친아’ 만화 캐릭터가 한둘이 아니지만, 그 정점에는 현대 무협물 <도시정벌>의 백미르가 있다. 그를 만나면 절대로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된다. 남녀 관계없이 그 자리에서 반하게 될 터. 거기에다 무공이면 무공, 두뇌면 두뇌, 심지어 주색잡기에서도 세계 최고가 아니면 직성이 안 풀리는 이 사내의 대항마로는 초능력으로 죽은 사람도 살리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박봉성)의 최강타가 유일하다.

 

1996년 일간지 연재를 통해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백미르는 이후 총 6부 270권의 단행본으로 ‘궁극의 엿가락 전설’이라는 별칭과 함께 국내 기네스 타이틀마저 거머쥐었다. 애초 국내 암흑가를 무대로 삼았던 <도시정벌>은 점차 일본, 중국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더니 100번째 단행본을 돌파한 5부 이후부터는 미국의 네오콘과 배후의 프리메이슨 세력을 상대로 전지구적인 전쟁을 펼치기에 이른다. 누적 판매 1000만부 이상의 빅히트작이지만 6부 이후로는 출간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 왜냐하면 이제 백미르에게 미개척지란 우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물섬 100호엔 최진실 남매 인터뷰도

 

1982년 10월에 창간된 어린이 만화잡지 <보물섬>은 만화계의 패러다임을 일순간에 바꾸어놓은 파이어니어였다. 종전까지 <어깨동무>, <새소년> 등 어린이 잡지의 별책부록에 불과했던 만화 섹션을 뚝 떼어다 600쪽이 넘는 디럭스 사이즈로 내놓은 그 배포에, 부모들은 경악했고 아이들은 환호했다. 그리하여 창간과 함께 <보물섬>은 제과 종합선물세트, 팩맨 게임기와 함께 어린이날 선물 3종신기가 되었다.

 

<보물섬>의 통권 100호는, 그 3종신기로서의 신통력이 쇠락하기 시작한 1991년 1월에 발간되었다. 90년대 이후 만화 시장의 대세가 <드래곤볼>, <시티헌터> 등의 해적판 일본 만화로 기울기 시작했던 까닭. 하지만 그때도 여전히 ‘아기공룡 둘리’는 <보물섬>을 지키고 있었으며 김영하의 ‘펭킹 라이킹’, 황미나의 ‘태백권법’ 등도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었다. 100호 특집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최진실, 최진영 남매 인터뷰를 수록한 것도 눈에 띈다. 이후 <보물섬>은 1993년 격주간 발행으로 전환했다가 1996년에 최종 폐간되었다. 참고로 현재 이 100번째 <보물섬>은 인터넷 헌책방에서 10만원 상당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니들이 죄가 많다아~

 

죄(罪). <천자문>(千字文)의 100번째 글자다. 허물 죄. 천자문은 ‘하늘 천(天)’부터 ‘이끼 야(也)’까지 1000개의 서로 다른 글자를 써서 삼라만상의 이치를 설명한 글이다. 4자짜리 글귀 250개로 이뤄졌다. 6세기 초 남조의 양나라 주흥사가 지었다. 100번째 글자 ‘죄’는 25번째 구절 ‘조민벌죄’(弔民伐罪)의 끝자다. ‘불쌍한 백성은 돕고 죄 지은 백성은 벌주었다’는 뜻.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 개념이다.

 

요즘은 백성들보다 정치인들 죄가 문제다. 대통령들도 국회의원들도 죄의식 없이 개인 욕심을 앞세우니, 불쌍한 백성들은 도움받기는커녕 늘 ‘엿 먹은’ 기분이거나 ‘뒤통수 맞은’ 기분으로 산다. 물욕이 지나치면 정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천자문 250개 구절 중 100번째 구절이 그런 뜻을 담고 있다. ‘축물의이’(逐物意移). ‘물욕을 좇으면 본디 가졌던 마음도 변한다.’

 

 

 

 

도시 순환도로 번호는 우편번호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에 100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다. 김포대교~고양~송추~의정부~구리~강동대교~하남~송파~성남~판교~과천~평촌~산본~시흥. 서울을 둘러싼 총길이 127.6㎞의 둥근 고속도로다. 왜 100번일까? 서울 우편번호가 100번대이기 때문이다. 애초 101번을 부여받았던 이 도로는 2001년 5월 ‘고속국도 노선 지정령’ 개정 때 100번으로 바뀌었다.

 

이때 대도시 순환 고속도로 번호를 해당 도시 우편번호에 맞춰 정했다. 대전 남부순환도로는 300번, 광주 순환도로는 500번, 부산은 600번, 대구는 700번이다. 다른 고속도로 번호는 애초 개통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였으나, 2001년 개정 때 남북 방향은 서쪽부터 15~65번까지, 동서 방향은 남쪽부터 10~50번까지로 변경했다. 다만 경부고속도로는 대표 도로의 상징성을 고려해 1번을 그대로 유지했다. 국·지도의 경우 남북 방향은 홀수, 동서 방향은 짝수 번호를 붙인다.

 

 

 

 

일용엄니~, 100회째가 뭐였디야?

 

22년 2개월의 방영기간, 총 1088회의 방영분, 거쳐 간 연출자만 13명에 작가 14명.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가 남긴 기록들이다. 후발주자였지만 만만찮은 생명력으로 <전원일기>의 아성을 위협했던 K본부의 라이벌 농촌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는 7년째가 되는 2007년 막을 내려 최장 방영 드라마 제3위에 그치고 말았다. 참고로 2위는 1971년부터 1989년까지 18년간 방영된 문화방송의 <수사반장>.

<전원일기> 제100회는 1982년 11월23일에 방영되었다. ‘흙바람’이라는 제목의 이 에피소드에서는 김 회장(최불암)과 둘째아들 용식(유인촌)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었는데, 순영(박순천)과 갓 결혼한 용식은 서울로 가서 취직을 하려고 하나 김 회장은 용식더러 농촌을 지켜야 한다며 꾸짖는다. 아버지의 반대에 좌절한 용식은 ‘성질이 뻗쳐서’ 땅바닥을 뒹굴며 절규한다. 이농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던 용식의 절규 신은 <전원일기>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50~60년대 한국 일상 촘촘히 기록

 

‘눈빛’출판사(대표 이규상)는 22년째 사진과 관련된 책만 출간하고 있다. 출판사 설립 당시만 해도 사진 인구가 적어 사진 관련 책을 사 보는 이가 많지 않았다. 1987년 창립해서 지금까지 300여종의 사진 관련 책을 냈다. 사진기술서 같은 베스트셀러도 없고 미술시장에서 관심을 보이는 비싼 작가의 작품집도 없다. “20세기 우리 민족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정리하는” 데 출판 열정을 쏟았다.

 

눈빛의 100번째 사진집은 2006년에 발행한 김한용의 <희망의 연대기>이다. 사진집엔 1950~60년대 한국의 풍경이 촘촘히 박혀 있다. ‘미미마담 영양크림’이라는 촌스런 글자가 화신백화점 건물에 달려 있고 남대문로에는 전차가 다닌다. 당대의 사진가들이 우울하고 슬픈 우리 민족의 얼굴을 담았다면 김한용의 사진들은 힘차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우리 민족의 노동의 현장들이다. 김한용의 사진들이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그는 한국 광고사진계의 대부다. 한국 최초의 광고사진 스튜디오 ‘김한용사진연구소’를 창설했고 수많은 광고사진을 찍었다. 그의 광고사진에는 박카스를 들고 있는 유지인, 대한항공 광고모델로 등장한 윤정희, 오비(OB)맥주 잔을 들고 건배하는 신성일·엄앵란 부부가 등장한다. 한국 자본주의 발달사를 보는 듯하다. 눈빛의 100번째 사진집으로, 사진계 원로의 숨겨뒀던 묵은 앨범이 빛을 보게 됐다.

 

 

케네디 스코어, 재밌단 편견은 버려

 

1960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존 에프 케네디 상원의원에게 어느 기자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재미있는 야구 경기의 스코어는 몇 점입니까?” 케네디는 망설임 없이 8:7이라고 답했다. 점수도 적당한데다 역전을 거듭하는 엎치락뒤치락 승부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 정답이 존재하는 질문은 아니었지만 그럴싸한 대답이었고 이후 야구의 8:7 승부는 ‘케네디 스코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자매품으로는 축구의 펠레 스코어(3:2)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지금까지 총 114회의 케네디 스코어 경기가 있었다. 그중 100번째 승부는 2005년 4월 24일 현대 유니콘스와 엘지(LG) 트윈스의 잠실전. 하지만 정작 게임 내용은 먹을 것 없는 잔치였다. 양팀 계투진의 난조로 동점 승부만 지루하게 계속되었고, 승부는 결국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11회, 현대 이숭용의 결승 홈런으로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경기시간은 무려 4시간 36분이나 흘러 있었다. 그러니까 케네디 스코어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있을 거라는 편견은 버릴 일. 이날의 경기는 지하의 케네디도 꽤나 머쓱해했을 승부였다.

 

 

 

 

체임벌린한테 패스해 이것들아~

 

1962년 3월2일 윌트 체임벌린(맨 오른쪽)은 미국 프로농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엔비에이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그날 열린 경기에서 그는 필라델피아 워리어스가 뉴욕 닉스를 169 대 147로 누르는 데 공헌했다. 1쿼터에만 23점을 몰아넣는 등 전반에 41득점 했다. 3쿼터에 추가로 28점을 넣자 팬들은 “윌트에게 공을 줘! 윌트에게 공을!”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팀원들도 4쿼터에 체임벌린에게 패스를 몰아줬다. 결국, 그는 46초를 남기고 조 루크릭에게서 패스를 받아 100점을 기록했다.

 

체임벌린은 61~62시즌에 평균 50.4점을 넣었다. 그는 한 시즌에 4000점을 넣은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괴물이었다. 놀랍게도 체임벌린의 평균 출장 시간은 48.5분이었다. 엔비에이 경기 시간은 48분으로 작전 타임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경기 시간에 코트에 선 셈이다.

한국 농구 선수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은 97점이다. 농구 전문지 <점프볼>의 기록을 보면, 최철권은 1987년 10월14일 광주 전국체전에서 97점을 기록하며 한국 농구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남겼다. 전북팀 선발로 출전한 그는 3점슛 18개를 성공시켰고, 팀은 부산 선발에 135-95로 승리했다.

 

 

 

 

입장료 100원, 이래도 높으냐

 

미술작가 고빈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안국동의 갤러리 담. 담갈색의 고풍스런 외벽, 하얀 전시장 내벽, 18평 남짓의 공간은 인사동의 숱한 갤러리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곳의 들머리에는 눈에 띄는 문구가 하나 있다. 철문에 새겨진 입장료 ‘₩100’이라는 노란색 글자. 100원으로 살 수 있는 과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금, 시선을 사로잡는 입장료가 아닐 수 없다.

 

흔히 문턱이 높다고 표현되는 화랑들은 대부분 무료 입장이거나 유료일 경우에도 3000원 정도의 이해 가능한 입장료를 받는다. 갤러리 담은 4년 전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쭉 단돈! 100원을 고집해 왔다. 갤러리 담의 장계현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100원은 강제징수가 아니라 옵션이다. 무료 입장이면 어려워서 안 들어오려 하더라. 갤러리는 극소수만이 출입하는 공간은 아니잖나.” 100원짜리가 수북하게 쌓인 작은 항아리는 전시장 데스크 안쪽에 슬며시 놓여 있다. 몇 달에 한 번씩 이렇게 모인 100원들이 북한 어린이 돕기 성금으로 이동한다. 1000원짜리는 아웃(out)이다.

 

 

 

 

흰눈썹뜸부기는 어디서 우나

 

포획금지 야생동물이란 사로잡거나 죽이는 것이 금지된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그 밖의 야생동물로서 환경부령이 정하는 종을 말한다. 포유류 64종, 조류 396종, 파충류 16종, 양서류 10종 등 모두 486종이 있다. 함부로 잡았다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포획이 금지된 100번째 조류가 흰눈썹뜸부기다. 암컷과 수컷의 이마, 머리꼭대기, 뒷머리는 검은색으로 각 깃털에 엷은 갈색 가장자리가 있고, 앞이마의 깃털은 센 털과 같다. 눈 위에는 석판 잿빛의 폭넓은 눈썹 선이 있다. 긴 눈썹 덕분에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갈대가 우거진 호소나 소택지 또는 하구의 물가에서 산다.

충남 태안반도 근처의 천수만에서 흰눈썹뜸부기를 볼 수 있다. 2006년엔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이 새가 겨울을 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천수만은 300여종의 철새가 찾는 ‘철새의 터미널’이다.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둥지를 튼다. 서산시는 이 점을 살려 천수만 주변을 생태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100년 묵은 신발 꺼내든 컨버스

 

신발을 신고 어디까지 가봤느냐의 질문이 아니다. 기성품 신발 브랜드가 얼마나 계속 생산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컨버스가 빠질 수 없다. 101년 전인 1908년, 세계 최초의 농구화에서 시작한 컨버스는 오늘날 자유로운 정신과 젊은 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스니커즈의 대명사이자, 목이 긴 신발을 뜻하는 보통명사다. 엘비스 프레슬리, 존 레넌, 존 에프 케네디 등이 즐겨 신었을 뿐 아니라 시선을 돌리면 주변에 컨버스를 신은 이들도 적지 않다.

 

2008년엔 100돌을 맞아 리미티드 에디션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100주년 기념 에디션 디자인은 컨버스의 역사에서 중요한 구실을 해온 상품을 복원하고 재해석했다. 복원된 센추리 프로덕트 라인은 1939년, 미국의 세계 챔피언십 리그에서 렌스(Rens)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신발이다. 국내에는 총 21켤레만 출시된 희귀품. 100년 묵은 신발은 그냥 신발이 아니다.

 

 

 

 

‘백번 눕힌 남자’ 백번째 번지점프

 

그는 힘의 상징이다. ‘백번 쓰러뜨린 남자’라는, 남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별명도 있다. 원로 영화배우 이대근 얘기다. 그의 이름 ‘대근’은 본명이다. 한국영상자료원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그의 100번째 영화는 2001년 개봉한 <번지점프를 하다>이다. 이병헌과 이은주가 생사를 넘는 연인으로 나왔다. “이대근이 이 영화에 나왔어?”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잠깐 특별출연했다.

 

그의 데뷔작은 1966년 개봉한 최무룡 감독의 <제삼지대>다. 총련을 소재로 한 반공 영화다. 두 번째 출연작은 김기영 감독이 1972년 만든 <충녀>다. 혼외정사로 정신분열증에 걸린 주인공으로 남궁원이 등장한다. 이대근은 여기서도 조연을 맡았다.

‘이대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1985년 작 <뽕>에서 만들어졌다. ‘대근’이라는 이름 역시 사람들로 하여금 성적인 상상을 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미 그는 1979년 작 <대근이가 왔소>에서 자신의 이름을 영화 제목에 내건 스타였다. <뽕> 이후 출연한 <고금소총> <가루지기> <대물> 등의 영화를 통해 그는 ‘백번 쓰러뜨린 남자’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이 이미지 때문에 <충녀>, <우묵배미의 사랑> 등에 출연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103편의 영화에 출연한 장인이다. 기둥을 뽑고 지붕을 들썩이는 ‘힘의 상징’이었지만 2007년 개봉한 영화 <이대근, 이댁은>에서는 사랑을 표현하는 데 어색한 아버지로 분했다. 그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준다.

 

 

 

 

황제는 변칙 공격의 달인

 

벌처 떼는 무서웠다.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의 변칙적인 게릴라전에 송병구의 멀티는 빈집이 돼버렸다. 미네랄을 캐야 할 프로브는 살충제를 맞은 모기떼처럼 떨어져 나갔다. 벌처란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종족이 가진 무기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지뢰를 깔고 공격한다. 벌처(vulture)는 원래 독수리를 뜻한다. 스타크래프트의 벌처는 땅 위의 독수리처럼 일꾼을 사냥한다. 초반 멀티(기지를 늘리는 것) 수는 송병구가 앞섰다. 신속하게 앞마당을 차지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임요환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분히 따라가며 병력을 모았다. 특유의 현란하고 창의적인 부대 운용이 송병구의 프로브를 잡았다. 흐름을 잡은 임요환은 방어, 공격 능력이 향상된 탱크와 골리앗 부대로 중원을 장악했다. 송병구가 지지(‘굿 게임’의 약자. 컴퓨터 게임에서 항복할 때 치는 단어)를 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임요환은 2005년 12월16일 신한은행 스타리그 16강에서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1999년 에스비에스 멀티게임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황제’는 게임판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수송선(드랍십)에 병력을 담아 변칙 공격을 벌이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프로게이머들은 어린 나이에 데뷔한다. 은퇴 시기도 빠르다. 이 치열한 경쟁전에서 임요환은 프로게이머로 10년을 버티고 있다. 80년생인 그의 앞에 요새 주로 붙는 수식어는 ‘30대 프로게이머’라는 말이다. 황제는 장인이 되고 있다.

 

 

최백호, 백호를 축하하다

 

‘낭만에 대하여’의 가수 최백호는 지금 스스로를 기념하기 위한 드라마 출연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는 “새로운 소용돌이에 들어간 거지”라고 표현한다. 음악 하고, 라디오 디제이 하고 언뜻 낭만과 풍류를 즐겨온 듯 보이는 그지만 6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트리플>(문화방송) 때문에 요새 모처럼 가슴이 설렌다. 민효린의 아빠, 민박집 아저씨로 열연하는 그는 “살벌하게 일하고, 흥미진진하고, 완전히 다른 별나라에 온 듯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본래 내성적이고 다소 폐쇄적이었다는 그는 요새 “사람 맛”을 느끼고, “60세인 나를 제대로 기념”하고 있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었던 결과다.

 

그래서 그는 100호를 맞는 〈esc〉에도 이렇게 부탁한다. “군사독재 시절의 엄혹한 시절은 가지 않았나? 재밌게,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야 한다. 새롭게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선, 시야를 넓혀 통 큰 〈esc〉가 되어 달라! 나도 한겨레 창간 주주인데 제발 심각하지만 말고 재밌어 달라!”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박미향 기자 mh@hani.co.kr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현시원 기자 qq@hani.co.kr·
조민준 객원기자 zilch321@empal.com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3535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