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수행한 황석영씨(왼쪽).
진보에 쓴소리.."대북문제, 내년 상반기까지 고비"
황정욱 심인성 기자 = 대표적 진보 논객인 소설가 황석영씨는 13일 국내 진보진영에 대해 매운 소리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황씨는 이날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아스타나에 설치된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진보세력에 대한 평가, 현 정부에 대한 평가 등을 가감 없이 내놨다.
문화.예술인이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황씨의 경우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황씨는 "이 대통령과 생각이 같은 부분이 있다"면서 몽골과 남북한을 통합하는 `몽골+2 코리아론'을 들었다. 이번 수행은 청와대측에서 요청했고, 이는 이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황씨는 이 대통령과 가끔 만난다고 했다.
◇좌.우파 비판 = 황씨는 스스로를 중도론자로 규정했다. "지난 2005년부터 중도론을 얘기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KBS-TV의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핀란드 국적의 `따루'씨의 방송 코멘트를 실례로 들었다. "핀란드 여자애가 `한국의 좌파는 우리나라의 보수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지난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하는데 이라크 파병,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의 정책을 봤을 때 그게 어디 좌파 정권인가"라고 반문했다.
황씨는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민노당도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동조합 정도에서 멈춰 있다"면서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타도나 민주화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런 관행이 선거를 거치면서 (보혁) 진영간 싸움처럼 되고 줄세우기를 하는 등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것이 황씨의 견해다.
황씨는 현 정치 구도에 대해 "영호남 토착인 한나라당, 민주당으로는 진보, 보수를 따지기 어렵다"면서 "진보, 보수를 할 단계까지 못갔으나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서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황씨는 용산 참사와 관련, "현 정부의 실책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해외에 나가서 살면서 나는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다"며 "70년대 영국 대처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진보측으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 이유로는 "미국이나 유럽 좌파가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위에서 파이를 키워서 부스러기를 나눠줘서 하부구조를 이렇게 하겠다고 한 게 보수라면, 진보는 분배와 평등이고 더 내놔라는 것인데 전세계가 비정규직, 청년 실업문제에 직면해 있다. 생산관계도 바뀌어도 고전적 이론틀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최근 북한의 강경 기류에 대해 "미국과 단둘이서 패키지로 타결하자는 것 같은데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본다"면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문제에 대해 현 정부가 대단히 전향적으로 유보한 것은 참 지혜로웠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하는 것보다 민간단체에서 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민간단체에서 북한 인권 문제 거론하면서 국내 인권 문제도 같이 거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나 동북아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체제적으로 불안해서 더 경화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황씨는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정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가 고비"라고 전망했다.
◇"李대통령, 뚜렷하게 중도적 생각" = 황씨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과 평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황씨는 "일각에서 현 정권을 보수우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스스로는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는 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정권은 출범 후 `촛불시위' 등으로 인해 자기정신을 정리해 나갈 기회가 없었다"면서 "1년동안 정신이 없었던 것 같고 여러가지가 꼬였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물밑에서 현 정부에 대한 충고와 조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나기 전에 사회단체 후배들과 의논을 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이 대통령을 잘 알고 앞으로 대화를 하겠다'고 했더니 `누군가는 대화창구를 가져야 한다'며 동의했고, 이번에 여기에 오고 대화하는 것도 다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의 실책과 관련해 황씨는 `용산 참사' 등을 꼽았다.
황씨는 정치 지도자에 언급, "정치를 모범생만 할 수 있겠느냐"면서 "앞으로 권력이 사회단체 등으로 분담이 되고 할텐데 그렇게 되면 얌전하고 모범적인 사람이 나와서 해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야간 출신이 정치를 더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몽골+2코리아 필요" = 황씨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알타이 문화연합'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알타이 문화연합은 몽골과 남북한,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문화공동체로, 핵심은 `몽골+2 코리아'다.
황씨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몽골 측에서 몽골과 남북 두 개 코리아의 통합론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몽골은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사는 데가 한반도다. 한글을 쓰고 한글사전도 만들겠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분단된 상태로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겨우 턱걸이하면서 근검하게 사는 것 거기까지"라면서 "다른 획기적 방법이 없으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상상할 수 없는데 몽골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동몽골 지역이 비옥한 데 한반도 면적의 배 정도라고 한다. 이 지역을 같이 개발하자는 것"이라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도록 하는데 우리가 노력하고, 북한하고도 평화조약 및 상호 불가침조약을 맺으면 그 많은 병력들을 동몽골로 데리고 가 광활한 땅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우리가 정부측에 그런 얘기를 했으나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은 강대국들이 남북분단 체제를 컨트롤하는 것에 적응하느라고 바빴고, 중국의 견제가 두려웠다"면서 "지난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냈는데 실속도 진전도 없었다. 우리가 스스로 역량을 과대평가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눈을 돌려 먼저 동북중앙아(알타이연합)를 형성해 놓고 동북아 문제를 차후에 해결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것이 느슨한 연방제로 갈 토대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에 의견접근이 이뤄져 작년 가을부터 이 대통령과 뜻도 나누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구상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반응을 물은 데 대해선 "이 대통령이 `지적소유권이 본인한테 있다'고 말하더라"면서 "서울시장때, 대선때 그런 표현을 했다고 하는데 제가 얘기하는 것은 문화인의 상상력이고 정치.경제로 풀어나가는 것은 나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아스타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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