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이후 길거리 나서더니 현 정부를 독재로까지 규정
이달 9일 6·10 범국민대회의 서울광장 집회 무산에 항의하며 서울광장을 점거한 채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뉴시스]
대한민국 야당의 시계가 1987년으로 되돌아갔다. 2009년 6월 29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제2의 6·29가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위기”라고 말했다. “오늘이 6·29 선언 22주년”이라며 꺼낸 말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6·29 당시 박종철군의 억울한 죽음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도화선이 됐고 커다란 계기가 됐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당시 상황과 흡사한 점을 가져다줬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4·13 호헌 조치로 민주정권 안 하겠다는 정권의 고집을 민심의 힘으로 돌파한 게 6·29라면 국정 전환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1만 명이 넘었다는 건 제2의 6·29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제1야당 지도자가 ‘2009년=1987년’ ‘이명박 정부=전두환 정부’ ‘노 전 대통령=고 박종철군’의 등식을 주장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처럼 요즘 80년대의 ‘독재 대 반독재’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의원총회마다 터져 나오는 ‘장외투쟁’ ‘결사 저지’ ‘등원 거부’ ‘반독재투쟁’ 등의 용어가 단적인 예다. 민주당의 시계가 22년 전으로 회귀한 건 노 전 대통령 서거(5월 23일)가 계기가 됐다. 최재성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독재 대 반독재 구도가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의총선 “제2의 6·29 필요” … “시대 뒤처진 주장, 공감 어렵다”
이강래 원내대표(中) 등 민주당 의원들이 29일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단독국회 개회 저지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만 그런 게 아니다. ‘5석 정당’ 민주노동당은 이날 강기갑 대표를 본부장으로 한 ‘이명박 정권 퇴진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아예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 같은 상황 인식은 스스로의 행동을 옥죌 수밖에 없다.
6월 임시국회가 개회됐지만 두 야당은 장외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 2월 국회 때도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역점을 두고 있는 주요 법안들을 ‘MB악법’이라고 이름 짓고 장외집회로 세 몰이를 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MB악법이라고 규정한 만큼 협상을 위한 대안 법안을 내놓을 수 없다”며 “독재 대 반독재 프레임이 국회 등원이나 상임위 참석 같은 입법 활동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학계도 ‘독재 대 반독재’ 프레임의 자승자박적 한계를 지적했다. 중앙대 정치학과 장훈 교수는 “법치주의를 운영하는 데 미숙함을 드러낸 이명박 정부의 부분적인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며 “사회의 전반적 흐름과는 동떨어진 낡은 개념이어서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컨설턴트인 김능구 폴컴 대표는 “정세균 대표 초기 대안 정당으로의 노선과 정책 전환에 실패한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 추모 민심에서 얻은 반사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DJ(김대중 전 대통령) 시대의 프레임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는 구체적인 데이터로 민주당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윈지코리아컨설팅의 27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월 30일보다 8.9%포인트 감소한 18.4%에 그쳤다. 국회 등원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층의 56%조차 ‘등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리얼미터의 24일 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6월 3일 조사 때보다 9.8%포인트 감소한 18.1%였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MB 정부가 중도실용을 내세워 중간층 잡기에 나선 데 반해 당 지도부는 골수 지지층에만 매달려 좁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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