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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일류국가 위해 흘린 피땀 역사 교과서, 경의 표해야"

by 세월따라1 2009. 9. 1.

박맹호 민음사 회장,
역사교양지 '한국사 시민강좌'서 좌편향 비판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를 살아온 나 같은 사람들의 기억과 후대 학자들이 기술한 역사는 그 차이가 너무나 커서 어떤 경우 거의 역사 왜곡이라고 느낄 정도이다."

원로출판인 박맹호(75) 민음사 회장이 논란을 빚었던 고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좌(左)편향 서술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역사적 실감과 너무 괴리가 크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중 역사교양지 《한국사 시민강좌》 최근호(45호)에 기고한 〈역사적 실감과 역사의 기술〉을 통해서다.

박 회장은 먼저 6·25전쟁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 경쟁의 산물'로 남의 일인 양 기술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역사 기술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면서 한국을 지난 5000년 역사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로 건설해낸 세대들이 품고 있는 '역사적 실감'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연설 듣고 대한민국 자부심 느껴

박 회장은 "우리가 지구 변방의 한반도라는 손바닥만 한 땅에서 태어났고, 그나마 반쪽으로 쪼개져 서로 피 말리는 경쟁을 하면서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국가를 만들어낸 사람들임을 먼저 환기시키고 싶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역사를 기술할 때에는 세계 일류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서 단호하면서도 창의적으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피땀 흘려 노력했던 사람들에 대한 경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미국은 태양광 기술을 발명했으나 태양광을 생산하는 독일일본에 뒤처져 있고, 신형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조립라인을 돌고 있으나 이들 자동차는 한국산 배터리에 의해 구동되고 있다'고 연설하는 것을 들으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60년 전 전쟁의 폐허에서 미국이 나누어 주던 초콜릿과 분유로 연명하던 가난의 기억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이제 대한민국은 미국조차 만들지 못하는 첨단부품을 만들어 전 세계를 호령하는 나라가 됐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역사적 실감이다."

박정희 시대 경제개발이 외세의존이라니…

박 회장은 박정희 시대의 경제 성과를 외세의존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거치면서 한국의 경제는 '한강변의 기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외형적으로 눈부시게 발달하였다. 그러나 이 사이 한국 경제는 더욱 외국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썼다. 박 회장은 "나에게는 우리가 이뤄낸 눈부신 경제발전은 단지 외국에 의존한 결과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들의 혜안과 리더십이 국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만나서 이뤄낸 자주적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이런 역사적 기술은 일면의 실체를 반영하고 있을 수는 있으나 앞에서 내가 언급한 경의가 전혀 보이지 않는, 즉 내가 체험했던 역사적 실감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역사 기술은 역사적 실감과 함께 가야

박 회장은 "근대화와 민주화는 한국현대사를 지탱하는 두 가지 큰 지향"이라며 "이 두 가지 지향의 균형과 견제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부강하면서도 자유로운 국가로 이룩해 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역사적 실감은 이 중 어느 한 축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5·16 군정 세력에 대해) "반공을 국시로 내걸고, 경제개발과 사회안정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 군사정변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흐지부지 끝나거나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썼다. 박 회장은 "쿠데타 이후 군정세력은 과감하고 획기적인 경제정책을 도입하고 국민들에게 '잘 살아보세'라는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마침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 성과에 대해 '흐지부지 끝나거나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기술하는 것은 내가 살아온 역사와 아주 다르게 느껴진다. 이 부분을 어떤 형태로든 긍정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역사의 기술이 역사적 실감을 어느 정도 따라가 줄 때에만 비로소 좋은 역사를 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글을 맺었다.

박맹호 회장은 1966년 민음사를 창립, 한국의 대표적인 인문학 출판사로 키웠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을 역임했다.

 

 

박맹호 민음사 회장

 

김기철 기자 kichu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8/31/2009083101886.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1&Dep3=h1_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