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인 월악산 하늘재는 한강과 낙동강 사이에서 남북을 연결하는 요충지였다. 이제는 옛길이 돼 버렸지만 이름처럼 ‘하늘’에 이어진 듯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이름에는 많은 것이 숨어 있다. 우리말 지명을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이유 없이 지어진 것이 없다. 월악산 하늘재는 해발 525m에 불과하지만 ‘하늘’이란 이름을 당당히 꿰찼다. 하늘재보다 훨씬 높고 험준한 고개도 ‘하늘’이라는 이름은 갖지 못했다. 뿐 만 아니다. 하늘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다. 이름과 역사 모두 비범한 고개. 하지만 첫인상과는 다르게 하늘재는 그리 힘든 등산로가 아니다. 약 3.2km의 완만한 오솔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이름이 왜 ‘하늘재’ 인지 주변 경관이 알려준다.
미륵리에서 관음리까지, 현세와 내세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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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은 하늘재가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월악산국립공원 제공)
월악산국립공원은 행정구역상 제천시, 충주시, 문경시, 단양군에 걸쳐 있다. 하늘재는 충청북도 충주시 미륵리와 경상북도 문경시 관음리를 이어주는 고갯길이다. 죽령보다 2년이나 먼저 개통된 하늘재는 지금으로부터 1850여 년 전인 156년 신라 제8대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한 길이다. 그 뒤로 신라가 한강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교두보 역할은 물론 백제와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하는 주요 전략 거점이 되어 왔다. ‘홍건적의 난’으로 공민왕이 몽진할 때도, 신라 망국의 한을 품고 마이태자와 덕주공주가 금강산으로 향할 때도 이 고개를 넘었다.
도의 경계가 되는 하늘재를 사이에 두고 지명 또한 범상치 않다. 충주에 속한 미륵리는 ‘내세’를, 문경에 속한 관음리는 ‘현세’를 의미한다. 한강과 낙동강 사이에서 백두대간을 넘는 물리적인 길의 뜻과 함께 현세와 내세의 갈림길과 같은 정신적인 길의 의미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오솔길의 끝, 하늘로 뻥 뚫린 하늘재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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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하늘재 정상에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윤정기자)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를 잇는 하늘재는 정상에서 경북 문경 쪽으로는 넓은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 있다. 옛길의 정취를 느끼려면 충북 충주 미륵리에서 하늘재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택해야 한다. 길의 시작은 고려초기 석굴사원터인 미륵리사지에서 시작된다. 오랫동안 폐사지로 알려졌지만 석불입상, 오층석탑, 삼층석탑, 석등 등 옛 석굴사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덕주골에 있는 마애불상을 마주보기라도 하듯 북쪽으로 향해 있는 석불입상 앞에는 예불을 드리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미륵리사지를 지나 산길로 들어서면 전나무와 굴참나무로 우거진 숲길이 나온다. 따사로운 햇살은 나뭇잎에 걸리고 선선한 가을바람만이 길 위를 따라온다. 송계계곡의 맑은 물줄기는 시종일관 조잘조잘 노래를 해대고, 어디선가 나타난 풀벌레가 방문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잘 닦인 등산로 옆으로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면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다니는 오솔길이 펼쳐진다. 월악산국립공원에서 역사생태관찰로로 두 가지 길을 닦아 놓았는데 어느 길을 택하든 경사가 완만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혼자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약 1시간 30분을 걸으면 충주에서 문경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이 나온다. 문경 쪽으로는 아스팔트 도로가 펼쳐지고 오른쪽 산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늘재 기념비가 눈에 들어온다. 기념비가 서 있는 둔덕으로 올라서니 하늘재의 절정이 드러난다. 마치 하늘로 뻥 뚫린 고갯길의 정점은 발밑으로 월악산을, 눈앞에는 새파란 하늘을 펼쳐놓는다. ‘하늘재’라는 고개 이름이 온몸으로 수긍되는 순간이다. 친구 5명과 하늘재 나들이에 나선 이순우(49, 충주시)씨는 “정상에 오르면 마치 온몸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든다”며 하늘재 예찬론을 펼쳤다.
송계계곡을 따라 체험하는 중원문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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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폭대 597번 지방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팔랑소, 와룡대, 망폭대 등을 모두 만나게 된다. 그 중 망폭대는 제2의 금강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계곡을 굽이돌아 나오는 맑은 물과 층층 줄바위가 30m 이상 수직 절벽을 이룬다. 곳곳에 수백년 묵은 노송들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바위와 어우러져 있다. (월악산국립공원 제공)
하늘재 탐방은 왕복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조금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미륵리사지에서 시작해 송계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중원문화여행을 추천한다. 충주, 계산, 제천 지역의 옛 역사와 유산을 담고 있는 중원문화는 송계계곡과 같은 방향으로 펼쳐지는 597번 지방도로를 따라서 이어진다. 덕주산성, 덕주사, 망폭대, 와룡대, 팔랑소, 만수계곡 자연관찰로 등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문화재와 자연유산이 산재해 있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중요한 지리적 요충지였던 하늘재는 1404년 조령(문경새재), 1900년대 초 경부 철도, 일제시대 이화령이 생기면서 점점 그 역할이 축소됐다.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이 추풍령으로 이어지고 중부내륙고속도로까지 뚫리면서 하늘재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옛길이 돼 버렸지만 ‘하늘’과 맞닿은 듯 탁 트인 풍광만큼은 옛 명성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909180928462&code=900306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괴산IC 수안보방면으로 나온다. 597번 지방도를 따라 제천방면으로 오다 보면 월악산국립공원이 나온다. 세계사 및 미륵대원사 표지판을 따라 오면 미륵리사지터에 다다른다. 하늘재는 차가 다닐 수 없는 길이기 때문에 미륵리사지 입구에 차를 대고 걸어서 이용한다.
월악산국립공원 http://worak.knps.or.kr/ 043-653-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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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뻥 뚫린 고개 해발 525m에 불과한 하늘재가 ‘하늘’ 이름을 얻게 된 연유는 정상에 올라서면 바로 이해가 된다. 마치 하늘로 뻥 뚫린 듯한 고갯길의 정점은 발밑으로 월악산을, 눈앞에는 새파란 하늘을 펼쳐놓는다. 이 고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충청북도 충주시 미륵리이고, 다른 한쪽은 경상북도 문경시 관음리이다. (이윤정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 월악산국립공원에서는 하늘재의 역사를 되살리기 위해 미륵리 방면의
고갯길을 역사생태 관찰로로 조성해 이용 중이다. 전나무와 굴참나무 등이 우거진 숲길은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아 혼자라도 고즈넉이 명상을 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일 뿐 아니라,
자연관찰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기에도 더 없이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월악산국립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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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붓하게 걷는 길 미륵리사지에서 하늘재 정상까지 거리는 약 3.2km이다. 월악산국립공원에서 역사생태관찰로로 닦아 놓은 오솔길과 일반 등산로 두 가지 길을 걷는 재미가 각각 남다르다. 경사가 완만해 쉬엄쉬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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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계곡자연관찰로 미륵리사지에서 597번 지방도로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만수교에서 시작되는 만수계곡자연관찰로가 나온다. 완만한 지형지세와 계곡을 낀 울창한 산림으로 난 2km의 탐방로에는 200여종 20여만본의 야생화가 있어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우리 꽃을 볼 수 있다. (월악산국립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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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지리적 요충지였던 옛 고개 하늘재는 한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중요한 지리적 요충지였으나 1404년 조령(문경새재), 1900년대 초 경부 철도, 일제시대 이화령이 생기면서 점점 그 역할이 축소됐다.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이 추풍령으로 이어지고 중부내륙고속도로까지 뚫리면서 하늘재는 고즈넉한 옛길이 됐다. (월악산국립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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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을 간직한 오솔길 구간 한강유역 진출을 위해 신라가 서기 156년에 개척한 후 고려 때까지 사용된 하늘재는 한자음으로 ‘계립령(鷄立嶺)’이라 표기됐다. 현재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며 비교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오솔길 구간이 남아 있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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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재에서 문경 쪽으로 난 도로 충주시 미륵리에서 하늘재 정상까지는 옛길이 남았지만 정상을 넘어 문경으로 향하는 길은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 있다. 쉽게 하늘재 정상에 오르려면 문경에서 차를 몰고 올라오면 되고, 옛길의 정취를 맛보려면 미륵리사지에서 도보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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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리사지하늘재 산책로는 미륵리사지터에서 시작된다. 고려초기 석굴사원터인 미륵리사지는 오랫동안 폐사지로 알려졌지만 석불입상, 오층석탑, 삼층석탑, 석등 등 옛 석굴사원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있다. 덕주골에 있는 마애불상을 마주보기라도 하는 듯 북쪽으로 향해 있는 석불입상 앞에는 예불을 드리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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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와 풀벌레의 향연 전나무와 굴참나무로 우거진 숲길을 걷다보면 숲속에 형형색색 피어난 야생화가 눈 호강을 시켜준다. 가까이 앉아 꽃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어디에선가 나타난 풀벌레가 방문객에게 인사를 건네 온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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