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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북, 5·16 예견.. 지지 성명 준비했다”

by 세월따라1 2009. 10. 16.

ㆍ 박정희 등 진보세력 판단… 쿠데타후 ‘반공’ 내걸자 충격
ㆍ KBS “중 비밀문서 입수”


북한은 5·16 쿠데타를 두 달 전에 예견하고 쿠데타 당일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KBS 9시뉴스가 15일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쿠데타 이틀 뒤 쿠데타 세력이 반공을 국시로 내세운 데 충격을 받고 경제보다 군사력에 집중하는 현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가 자체 입수한 중국 비밀외교 문서에 따르면 김일성 당시 북한 수상은 5·16 쿠데타 당일 김일 부수상을 시켜 당시 중국 대사를 만나 쿠데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부수상은 이 자리에서 중국에 “조선(북한)은 현재 관련 조처에 대해 연구 중이며 정변 지지와 관련한 성명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로 쿠데타가 육군본부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고, 주동자인 박정희 소장을 비롯한 쿠데타 세력이 진보 세력에 속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특히 박정희가 과거 남로당원으로 그의 형(박상희)이 남한 내 혁명에 참여했다 피살됐으며 미국이 쿠데타 배후에 있지 않다는 점 등도 판단의 근거로 꼽았다.

하지만 북한은 쿠데타 이틀 뒤인 5월18일 개최한 노동당 중앙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쿠데타를 “진보군인의 독자적인 쿠데타에서 미군의 사주를 받은 반동 쿠데타”로 규정한 것으로 회의 자료에서 드러났다. 북한은 또 이 회의에서 국방력 강화에 역량을 모으기로 하면서 1차 7개년 계획 선포를 2년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료를 입수한 미국 우드로 윌슨 센터의 제임스 퍼슨 북한담당 연구원은 “1961년 남한 쿠데타로 북한은 경제중심 정책 추진을 연기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면서 이는 쿠데타로 안보 위기를 느껴 군사력 강화가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BS는 우드로 윌슨 센터와 한국의 북한대학원대학교가 공동으로 중국 비밀외교 문서를 발굴했으며, 쿠데타 당일 지지성명을 준비하려 했던 북한 지도부가 초기 정세 판단에 실패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jh@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0152309591&code=9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