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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해설, 소리지르고 금메달만 외치면 되나?

by 세월따라1 2008. 8. 12.

 

 

SBS 축구해설위원을 했던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12일 공중파 방송의 베이징올림픽 해설위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신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최근에 방송을 보니까 (경기해설에서) 술자리에서 친구들끼리 하는 방담 수준의 언어들이 속출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태환의 수영 경기 해설의 경우 각 방송사 해설위원들은 해설 도중 “태환아! 힘내자”라고 응원성 격려로 일관하거나 “세계신기록”을 연발하며 잘못된 해설을 하기도 했고, 흥분한 나머지 “매운 고추가 매운 법”이라는 실언을 하기도 해 논란을 빚었다.


또한 올림픽에서 레슬링 2연패를 달성했던 심권호 SBS 해설 위원은 해설 도중 “야! 바보야! 이씨!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등 전문적 분석은 거의 없이 고성과 반말을 마구 내뱉어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신 교수는 해설가의 자질에 대해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하며, 경기 룰과 진행방식을 우선 습득해 전문가적인 자질을 갖춰야 하고, 선수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밝아야 된다”면서 “장쾌한 목소리를 갖고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경기에 맞게 말의 속도를 조절하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설자는 공정한 표현이 필수적이며, 비난 투의 멘트는 금물”이라며 ““특히 우리 선수의 금메달만 생각해서 상대 선수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해설자는 스포츠 보도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화술과 경기해석, 분석력, 그리고 비평 능력이 시청률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국민과 같은 심정에서 또 애국주의적 판단에서 소리를 지르고 금메달을 같이 외치는 것은 해설자가 아니다”고 했다.


신 교수는 감정적으로 흥분한 해설자의 해설에 대해 “절제된 흥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방송에서는 금메달만 좇는 언론의 문제가 극에 달했다”며 “금메달이 터지는 순간, 캐스터와 해설자가 한번 침묵을 하는 종목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운동장에서 일등으로 들어오는 선수의 그 감격적인 순간은 현장성만큼 좋은 방송 분위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해설자와 캐스터의 역할은 현장성의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전제, “예를 들어 수영선수가 스타트를 해서 400m 들어오는 그 순간까지 ‘달려라. 빠르다. 일등이다. 우승이다. 아시아 최고선수’라고 하고, 해설자가 아시아 신기록을 세계 신기록이라고 오보성 멘트를 계속해서 목소리 높여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게 된다면, 시청자는 방송을 강요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골, 골, 골입니다’라는 유행어도 있는데 (신 교수도) 흥분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방송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캐스터와 해설자가 적당히 조미를 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캐스터와 해설자의 능력”이라며 “그렇지만 상품화된 오락으로 변형 시키는 데에 스포츠의 본질적인 것을 훼손시키거나 스포츠를 폄훼하는 멘트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TV라는 것은 스포츠 상업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송의 도구인데 단순히 시청률에 휘둘려서 스포츠 스타를 영웅화 하거나 너무 미화시키고, 또 상대팀 상대국가에 대해서 폄훼하거나 공격적인 멘트를 남발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국가 간에 민족감정을 자극하거나 정치적인 대결의 연장선상에서 스포츠를 정치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며 “최근 정치적인 문제, 즉 독도 문제라든가 중국과의 문제 등이 있는데 은연중에 캐스터의 멘트와 해설자의 해설 중에 그런 것이 배어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영수 기자 nomad90@chosun.com

출처 http://spn.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8/12/200808120137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