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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유전자변형… 인간의 과욕으로 괴상한 변종 나올라

by 세월따라1 2010. 7. 10.

부경대학교는 "김동수 교수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전자 변형기술로 형광 송사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특허를 신청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6월 30일)

 

 

▲ 인간과 조류₩어류₩파충류₩갑각류의 유전자를 결합해 만들어낸 신생명체‘드렌’을 그린

영화‘스플라이스’의 한 장면. / 미로비젼 제공

 

형광(螢光) 물고기는 관상용(觀賞用)으로 인기다. 이번에 국내에서 개발한 형광 송사리는 미국과 타이완에서 상품화된 형광 물고기가 모델이었다. 형광 물고기 용도는 원래 환경오염 감시용이었다.

 

1999년 국립싱가포르대에서 해파리에서 추출한 녹색 형광 단백질 유전자를 열대어 제브라피시 수정란에 주입해 형광 물고기를 만들었다. 목표는 형광 물고기 색깔로 물속에 독소가 있는지 여부를 한눈에 알아보는 것이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요크타운테크놀로지스가 이 기술을 사들여 '글로피시'라 이름 붙이고 상품화 작업에 들어갔다. 같은 시기 타이완은 형광 송사리를 상품화해 마리당 18달러에 팔았다. 글로피시는 붉은색에서 초록, 오렌지 형광색까지 상품을 다양화하면서 대표적인 형광 물고기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드는 생물을 '유전자변형생물체(LMO·Living Modified Organism)'라고 한다.

 

같은 의미이지만 GMO가 옥수수 등 유전자변형식물에 많이 쓰이는 데 비해 LMO는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지칭할 때가 많다. 유전자변형 어류는 한때 어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됐다. 유전자 조작으로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고 덩치도 키워 식량난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연어, 무지개송어, 틸라피아 등 전 세계적으로 30여종의 어류를 대상으로 유전자변형이 시도됐다.

 

돼지유전자를 얻은 나일틸라피아(속칭 역돔)는 3배 크기로 자랐다. 지난달 영국의 한 회사는 유전자변형 연어알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식용 승인 심사를 부분 완료했다고 밝혔다. 왕연어에서 뽑아낸 특정 유전자를 수정란에 주입해 만들어낸 이 품종은 치어가 1년 만에 1340g으로 자라 평균보다 성장속도가 2배 이상 빨랐다. 수퍼연어라 불리는 이 유전자변형 물고기는 이르면 2012년 식탁에 오르게 된다. 이번에 형광 송사리를 개발한 김동수 교수도 보통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자라는 수퍼 미꾸라지를 1997년에 개발했다. 일부 학자들은 유전자 변형 물고기가 세계 인구를 먹여살리게 될 것이라고 반기고 있다.

 

뉴질랜드는 올 4월 젖소, 염소, 양의 유전자를 조작해 인간 단백질이 든 우유를 생산하는 연구를 승인했다. 젖소의 세포핵에 사람 유전자를 주입한 뒤 암소에 인공착상시키면 젖소가 인간 단백질이 든 우유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유전자변형 동물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낸 보고서 중엔 "유전자변형 농산물보다 수산물의 위해성이 더 심각하다"는 내용이 있다. 식물과 달리 어류는 관리가 어렵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 '형광 송사리'는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김동수 교수가 송사리에 산호의 유전자를 넣어 태어난

유전자변형 생물이다. /부경대 제공

 
유전자변형 어류가 자연종과 짝짓기를 하면 괴상한 변종 어류가 탄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성장속도가 빨라 독성 물질을 많이 축적하므로 식용으로 쓸 경우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도 있다.

 

유전자변형 동물을 실험할 때 각별히 신경 쓰는 게 탈출 예방이다. 우리를 빠져나가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건 시간문제기 때문이다. 한국도 LMO 연구시설을 지진과 홍수 같은 돌발상황에도 끄떡없도록 기준을 세워놓았다. 그럼에도 유전자변형 식물보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유전자변형동물을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 비유하는 이들도 많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스플라이스'에도 이 같은 두려움이 잘 담겨 있다. 인간 여성의 유전자를 조류·어류·양서류·파충류 등과 결합해 만든 새로운 종 '드렌'이 인간을 무력화시키고 공포에 몰아넣는다는 내용이다. 유전자변형 동물들이 우리를 탈출하면 영화 속 상상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곽수근 기자 topgu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09/2010070901243.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