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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산 뒤에 숨긴 北 장사정포 잡는 ‘한국형 JDAM’ 개발

by 세월따라1 2010. 8. 10.

오차 3m·사거리 100㎞, 수원서도 공격 가능






북한의 장사정포를 잡는 한국형 JDAM(합동직격탄)이 개발됐다. KGGB(한국형 활강유도무기, Korean GPS Guide Bomb·오른쪽 아래 사진)라는 이름의 이 무기는 올해 각종 전투기에 장착해 운용하는 시험을 마치고 2012년 개발을 완료한 후 2013~2014년 실전 배치된다. 시험 발사에서 관측된 공격 오차가 3m일 만큼 초정밀 능력을 갖고 있다. 보통 정상 오차는 10m 정도다. 군은 일차로 500파운드(230㎏)짜리 재래식 폭탄 1000여 발을 KGGB로 개량한다. KGGB는 기존 재래식 폭탄에 유도 장치와 날개를 달아 글라이더처럼 활강시켜 원거리의 적을 공격하는 정밀 무기다.

국방과학연구소(ADD·소장 박창규)의 항공체계개발단이 참여정부 때 기본 개념을 잡고 이후 6년에 걸쳐 4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한 KGGB는 JDAM처럼 기존 폭탄에 장착하는 키트(장비)형 무기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 당시 데뷔해 정밀 폭격 능력을 과시한 JDAM보다 사정거리가 길다. JDAM의 사정거리는 20㎞, KGGB는 70~100㎞다. 구형 항공기에서 투하할 수 있으며 어떤 폭탄이든 무기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무기다.


최근 북한은 남쪽으로 입구가 난 산속 장사포 동굴 진지를 개량, 산을 뚫어 반대쪽 북사면에 출구와 갱도진지를 만들었다. 북사면에 장사포를 배치, 산을 방어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 새 진지에 보호덮개를 만드는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중앙일보 8월 2일자 1면> 남쪽 사면에 배치된 장사정포 공격에도 어려움이 컸는데 북사면에 배치됨에 따라 이를 공격하는 데 따른 우리 군의 고민은 더 커졌었다.

북한은 서울과 수도권 북부 북측 야산 남쪽 사면에 240㎜·170㎜ 두 종류의 장사정포를 모두 300대 규모로 배치하고 있었다. 분당 수천 발을 발사할 수 있어 순식간에 서울과 수도권에 치명적 피해를 입힌다. 군의 기본 전략은 이들을 K-9 자주포 및 MLRS(다연장포) 같은 야포와 F-15K 및 F-16으로 투하하는 JDAM으로 제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두를 제한된 시간 내에 다 파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야포의 정확도가 떨어져 한 번에 많은 포가 동원돼야 하고 JDAM은 운용 가능한 전투기가 제한돼 있다. 또 장사정포 파괴에만 이들 전력을 동원할 수도 없다. 그런 가운데 장사정포가 천연 방어막인 산의 북사면에 배치돼 공격권에서 거의 벗어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240㎜는 고각 발사가 가능해 산의 북사면 동굴을 들락날락하며 사격이 가능하다. 고각 발사를 하면 포탄이 산에 걸리지 않고 넘어서 남쪽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0㎜ 평사포도 산 북사면에 진지를 만들어 공격하기 까다롭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 KGGB 개발로 이 같은 우려가 결정적으로 해소됐다.

KGGB에 정통한 한 군 소식통은 “북한 장사포가 산의 북사면에 배치되면 못 잡는다. 다연장포(MLRS)나 K-9 자주포 포탄은 남쪽 사면을 때리고 미군의 F-16이나 한국군의 F-15K로 JDAM을 쏘려면 가까이 접근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북 대공포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북한, KGGB처럼 작은 무기 요격 못해

이 개발을 특히 공군이 반긴다. 현재 북사면 동굴 진지에 배치된 장사포를 파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무기는 JDAM을 장착할 수 있는 항공기는 F-15K와 미군의 F-16뿐이다. 장사포가 배치된 북사면을 공격하려면 항공기가 산 주변 가까이 가서 선회하며 근접 공격해야 한다. 사정거리가 20㎞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속력을 늦추며 목표물 인근에서 저속 우회 비행을 할 경우 북한의 대공망 공격에 취약해진다는 점이다. 때문이다. 그래서 미군은 JDAM 공격을 꺼린다. 이 역할을 한국 공군이 대신하려 해도 공군이 보유한 F-16에 JDAM을 장착하려면 고비용을 들여 개량해야 한다.

개발 과정에 정통한 또 다른 군 소식통은 “미국은 자국용 항공기에만 JDAM 기술을 적용했고 한국에는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의 호전성’을 걱정해 판매나 제공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KGGB는 다르다. 사정거리가 최대 100㎞여서 전방 가까이 갈 것도 없이 수원쯤에서 공격하면 된다. 디지털 지도에 표적 정보를 입력하고 진입각도와 경로 등을 지정, 프로그램한 뒤 투하하면 직선 활강비행을 하다 목표에 근접하면 우회 비행을 시작하고 장사정포를 수직으로 공격한다. 폭탄은 수직 공격 때 파괴력이 가장 크다. 활강 거리 확보를 위해 전투기는 최소 6㎞ 이상의 고도에서 발사한다.

전투기 한 대가 KGGB 4~12발을 장착할 수 있다는 점도 대북 정밀 공격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요소다. 갱도 진지를 파괴하려면 관통형 탄두를 사용하고 보호장갑이 없는 일반 차량들을 공격할 때는 자탄을 수백 발 탑재한 클러스터탄을 사용한다.

소식통은 “북한은 수많은 대공포를 동원해 요격하려 들겠지만 KGGB처럼 작은 무기를 요격할 능력은 없다”며 “그러나 우리도 만에 하나 요격을 피하기 위해 주로 야간에 공격한다”고 말했다.

어뢰 KGGB 만들면 잠수함도 잡아

한국 공군 F-16이 KGGB를 장착할 경우 JDAM과 같은 특별 개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재래식 폭탄 달듯 장착한 뒤 조종석에 장착한 내비게이터를 통해 조종하면 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JDAM을 달려면 비행기 동체나 날개에 새롭게 배선해 폭탄과 연결해야 하고 프로그램도 전투기 통제 시스템과 연동시켜야 하는데 KGGB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PDA나 내비게이션 모양을 한 간편한 별도 장비를 사용하고, 상용화돼 있는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F-16뿐 아니라 공군이 다수 보유한 F-5 같은 구형 항공기에도 장착, 안전 거리에서 북한 장사포에 대한 장거리 정밀 공격이 가능하다.

KGGB는 장사정포뿐 아니라 공군기지, 방공망, 해군기지 등 다양한 표적을 정밀 공격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특히 대잠초계기인 P-3C가 잠수함을 잡기 위해 투하하는 어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통 수십㎞인 어뢰의 사정거리가 100㎞로 늘어나고 대잠초계기 한 대가 동시에 여러 척의 잠수함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일반 어뢰도 공중 투하가 가능하게 개조할 수 있다면 KGGB로 변신이 가능해진다.

수상함에서 발사하는 신형 대잠미사일인 홍상어도 KGGB기술이 적용될 수 있게 개조하면 제작비가 훨씬 덜 들어간다. 홍상어는 수상함에서 공중 발사한 뒤 미사일처럼 좌표를 향해 날아가다 잠수함 인근에서 입수하는 방식이다. 고체엔진을 이용한 부스터가 필요하며 그 때문에 제조비가 발당 수십억원씩 들어간다. 그러나 부스터를 KGGB 키트로 대체할 수 있다면 비용이 훨씬 저렴해진다.

KGGB는 중량이 허용하는 한 어떤 폭탄에도 장착할 수 있다. 군이 500파운드 폭탄을 우선 KGGB 무기화하는 이유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500파운드 폭탄을 공군이 가장 널리 사용하고 또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군이 3만 발 이상 보유하는 500파운드 폭탄은 사용 연한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는데 KGGB 키트를 사용하면 모두 장거리 정밀유도 무기로 변신할 수 있다. 공군이 운용하는 폭탄은 500~2000파운드 규모인데 KGGB 키트를 개량하면 2000파운드급 폭탄도 쉽게 KGGB 무기로 만들 수 있다.

현재 군이 사용하는 정밀유도무기는 JDAM 외에 공군의 팝아이-2(사정거리 100㎞)와, SLAM-ER(사정거리 280㎞)이 있다. 그러나 팝아이는 개당 100만 달러, SLAM-ER은 200만 달러로 비싸 많은 수량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KGGB 키트는 1억원 내외로 상대적으로 싸다. JDAM(4만 달러)보다는 비싸지만 사거리, 활용도 등에서 비교가 안 된다.

정밀도가 높고, 재래식 폭탄의 무한 변신이 가능하며 사정거리가 길고 가격도 싸서 KGGB는 수출 전망이 밝다. 사정거리 100㎞에 정밀도가 3m인 무기를 10만 달러 수준에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비슷한 성능의 유도 무기들은 대개 50만~100만 달러 수준이다. 요컨대 KGGB는 저가의 획기적인 첨단 무기다.

그러나 약점으로 꼽히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KGGB의 이 활강은 GPS로 유도된다. 그러나 전파방해를 받을 수 있다. 고고도 위성에서 보내는 GPS 신호는 핸드폰 전파의 백분에 일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약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GPS 교란용 재밍 장비를 개발했고 가격도 싸서 북한이 수십 기 이상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최종 진입 단계의 KGGB에 방해 전파를 쏴서 혼란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 이 점도 충분히 고려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충분한 KGGB 사정거리를 얻으려면 전투기가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 6000m다. 북한 대공미사일이 활발하게 작동하면 이런 고도로 올라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KGGB를 원활히 운용하려면 80㎞ 이상 긴 사정거리를 가진 북한의 장거리 대공미사일을 제거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사정거리 250㎞ 급 SA-5 장거리 지대공미사일을 운용한다. 그래서 기동성이 둔한 구형 전투기로 KGGB를 운용하려면 미사일을 먼저 파괴해야 한다.
북한의 동굴형 갱도진지 완전 파괴에는 역부족이어서 더 큰 관통형 폭탄의 개발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안성규 기자, 김병기 디펜스 타임스 편집위원 askme@joongang.co.kr

원문보기 http://news.joins.com/article/689/4370689.html?ctg=1000&cloc=home|piclist|piclis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