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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하회·양동마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by 세월따라1 2010. 8. 1.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한국의 역사마을'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은 10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31일(현지시각)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회의에서 한국이 신청한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 Hahoe and Yangdong)'에 대한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 등재를 확정했다.

 

두 마을의 등재로 한국의 세계유산은 석굴암ㆍ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 창덕궁, 수원 화성(1997),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 그리고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2007), 조선왕릉(2009)에 이어 통산 10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조선시대의 대표적 마을유형인 씨족마을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됐고, 경관 또한 가장 탁월한 곳으로 꼽힌다.

씨족마을이란 장자 상속을 기반으로 같은 성씨의 혈연집단이 대를 이어 모여 사는 유교문화 특유의 마을을 말한다. 안동 하회마을은 풍산유씨가, 경주 양동마을은 월성손씨와 여강이씨가 모인 씨족마을이다.

조선 전기에 형성된 두 마을은 ’개척입향’(開拓入鄕)과 ’처가입향’(妻家入鄕)이라고 해서 씨족마을이 만들어지는 두 가지 전형적인 모습을 각각 대표한다. 하회마을이 새로운 살 곳을 찾아 이주해 정착한 개척입향의 사례라면, 양동마을은 혼인을 통해 처가에 들어와 살면서 자리를 잡은 처가입향의 사례가 된다.

이후 수백년을 거치면서 대표적인 양반마을인 두 마을 문중 간에 빈번하게 혼인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 Hahoe and Yangdong)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두 마을은 씨족마을이라는 점을 빼고도 공통점이 많다.

◇풍수 길지(吉地)에 자리잡아 자연과 조화된 경관

먼저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모두 풍수사상에 따른 길지에 자리를 잡았다.

하회마을은 물이 마을을 섬처럼 둘러싼 형태로, 연꽃이 물에 떠 있는 모습과 같다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명당이다. 하회(河回)마을이라는 이름도 강(河)이 마을을 감싸고 돈다(回)는 뜻을 담았다.

양동마을은 여러 작은 골짜기가 나란히 흐르는 이른바 ’물(勿)’자 형 터를 차지한다.

이들 마을은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길지로 언급됐고, 일제시대 일본 학자인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의 저서 ’조선의 풍수’에도 ’삼남의 4대길지’에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풍수의 원칙을 따라 구조화했기 때문에 지형과 조화하고 자연과 일체화한 경관을 이루며, ’농경지-거주지-유보지’ 등 생산공간-생활공간-의식공간으로 나뉘어 유교적 의식이 강조되는 독특한 특징도 갖췄다.

특히 의식공간에는 정자 등을 세워 자연을 조망할 뿐 아니라 학문과 교육, 사교의 장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지은 시나 기문 등을 새긴 목판도 아직 남아 있다.

◇오랜 역사 속 문화재도 많아

두 마을의 역사가 600여 년에 이르는 만큼 중요한 문화재도 많이 소장한다.

하회마을에 있는 풍산유씨 종가인 양진당과 서애 유성룡의 생가인 충효당, 양동마을에 있는 이언적의 향단(香壇)과 독락당ㆍ관가정ㆍ무첨당 등 건물 6채가 현재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이다.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건축물만도 하회마을에 9건, 양동마을에 12건이 있을 정도다. 한 마을에 이렇게 많은 국가지정문화재가 있는 것은 유례가 없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족보와 문헌자료도 풍부하다. 하회마을에 있는 유성룡의 ’징비록’(국보 132호)과 양동마을의 금속활자본 ’통감속편’(국보 283호) 등은 각각 역사적ㆍ인쇄사 측면에서 중요하다.

양동마을의 손씨가문이 보관하는 ’손소 영정’(보물 1216호) 역시 15세기 말에 그린 초상화로 큰 의미가 있다.

그 밖에도 개인 사이에 주고받은 간찰과 매매 계약 문서, 관혼상제 관련 문서, 상속이나 분쟁과 관련된 문서 등도 잘 보관돼 있다.

무형문화유산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두 마을에서 모두 전통적인 방식의 관혼상제가 이어진다는 점은 왕실의 종묘제례에 비길 만한 소중한 가치가 있다.

하회마을의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는 빼놓을 수 없으며, 이에서 사용하는 ’하회탈 및 병산탈’(국보 121호)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 밖에 줄불놀이와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도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마을 전체를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각각 중요민속자료 122호와 189호로 지정된 이들 두 마을은, 단순한 문화유산들의 조합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살아있는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세계 속의 하회ㆍ양동마을

하회마을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필두로,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가 각각 차례로 방문하면서 세계 정상급 귀빈 방문 코스로 유명해졌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은 하회마을에서 생일상을 받고, 한국 관습에 따라 신발을 벗고 방 안에 들어가는 모습이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면서 하회마을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이에 지금도 하회마을에는 영국 여왕에 대한 기념관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양동마을도 중국과 캐나다 등 여러 나라 방송에서 영상취재를 올 정도로 ’국제적인 인기’를 누린다.

이와 같은 공통점을 고려해 문화재청은 두 마을을 한데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했고, 세계유산위원회도 이를 고려해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보류’ 권고를 뒤엎고 등재 결정을 내린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01/20100801000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