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대국’ 중국이 쌀을 비롯한 주요 곡물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곡물생산 감소와 러시아의 밀 수출 중단으로 이어지는 세계 식량안보 위협에 대해 중국이 발빠르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광저우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베트남으로부터 60만t에 달하는 쌀을 수입하기로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도 지난 10일 베트남식량협회의 사이트를 인용, 중국이 대규모 베트남쌀 도입계약을 맺었으며 지난 4월부터 수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식량협회 부주석 팜 반 베이는 “중국이 이렇게 거대한 수입국이 될지는 생각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60만t은 단지 예상수치일 뿐 현재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6월 이후 중국이 미국산 옥수수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중국의 미국산 옥수수 수입량이 120만t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베트남에서 사들일 계획인 쌀 60만t은 올 상반기 중국 쌀 수입량(17만4000t)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또 미국에서 들여온 옥수수 120만t은 다른 국가들이 최근 수년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전체 물량(10만여t)의 12배에 달한다. 중국은 세계 식량 생산 1위국가이다. 중국 곡물 생산량은 해마다 증가해 2007년 5억t을 초과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억3000만t에 달했다.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이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양이다.
중국 당국은 대규모 곡물 수입에 대해 공식 발표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광저우일보는 태국 곡물상의 말을 인용해 쌀의 주요 수입대상국인 태국의 쌀값이 최근 폭등하면서 값이 비교적 저렴한 베트남으로 수입선을 바꾸는 것 같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 대표적인 옥수수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10여년 만에 미국산 옥수수를 대량 수입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식량대국인 중국이 최근 수입 확대에 나선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기상악화에 따른 세계적인 식량 안보 위협에 대비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들어 러시아, 인도 등에 닥친 자연재해로 밀 등 전 세계의 농산품 가격은 이미 폭등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의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60% 이상 상승했으로 옥수수와 콩의 선물가격은 전년 동비 각각 20%, 10% 올랐다. 여기에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올해 식량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세계 보리 수출국 1위이자 밀 수출 6위인 우크라이나마저 내주 곡물수출 제한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나서면서 세계 곡물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식량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올해 전국을 휩쓸고 있는 홍수 등의 영향으로 곡물,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이 일반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현상)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3% 상승해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인민대학 농촌·농업연구소의 정펑톈 부소장은 “밀의 주생산국으로 부상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량 감산과 수출 제한은 전 세계 밀시장 공급에 불확실성을 조성하고 있다”며 중국의 식량 수입을 세계적인 식량확보 전쟁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8122207155&code=9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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