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한국의 장수 브랜드 10]<2>유한양행 ‘안티푸라민’
어깨가 쑤시고 허리가 욱신욱신할 때 한국인들의 머릿속에는 바로 이것이 생각난다. 특유의 코를 찌르는 멘톨 향과 살결에 닿았을 때 확 퍼지는 시원함, 집안일로 어깨가 아프신 어머니에게, 고된 하루 일로 허리가 쓰라린 아버지에게 발라드렸던 가정상비약. 바로 한국인들의 근육통 완화를 책임지고 있는 유한양행의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이다.
○ 한국의 대표적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은 올해로 출시 82주년을 맞았다. 국내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30년, 브랜드 수명은 15년에밖에 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도 여든을 이미 넘긴 안티푸라민의 역사는 1933년부터 시작됐다. 유한양행을 창립한 고 유일한 박사가 의사 출신의 중국인 부인 호미리 여사의 도움을 받아 그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약품이 안티푸라민이었던 것.
1926년 유한양행이 설립될 당시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약품은 외국에서 수입해 판매되고 있었다. 이때 유한양행은 국내 제조의 자체 상품 1호로 안티푸라민을 출시한 것이다.
안티푸라민이란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안티푸라민이란 제품명을 처음 제안한 인물에 대한 기록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제품명이 담고 있는 뜻은 지금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반대’라는 뜻의 영어 접두사 안티(anti)에 ‘불태우다, 염증을 일으키다’는 뜻의 영어 단어 인플레임(inflame)을 합쳐 발음하기 좋게 바꾼 것. 즉 ‘항염증제’ ‘진통소염제’라는 뜻이다.
안티푸라민의 주성분은 멘톨, 캄파, 살리실산메틸 등이다. 안티푸라민을 몸에 바른 후 우리의 후각과 촉각이 진동하는 이유가 바로 이 성분들 때문이다. 이 성분들은 소염진통 작용, 혈관확장 작용, 가려움증 개선 작용 등을 한다. 근육통 말고도 벌레 물린 곳에 안티푸라민을 발라도 진정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셀린 성분까지 함유돼 있어 보습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 안티푸라민의 변화는 현재진행형
안티푸라민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녹색 철제 캔에 그려진 간호사의 모습이다. 이 간호사는 안티푸라민의 디자인이 몇 차례 변경되는 동안에도 안티푸라민의 상징처럼 케이스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 간호사도 처음부터 그려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1961년 케이스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간호사를 안티푸라민 케이스에 그려 넣은 것. 간호사는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의 막내 여동생인 고 유순한 여사를 모델로 했다는 설이 있다. 유 여사는 한국 최초로 국제적십자사에서 주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기장을 받기도 했다. 간호사 그림이 들어가면서 안티푸라민은 가정상비약으로서의 이미지가 더욱 강화됐다.
올해로 82세를 맞은 안티푸라민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우리가 약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로션 형태의 안티푸라민은 1999년에 출시됐다.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안티푸라민 연고는 사용과 보관의 편리성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에 트위스트캡 형태로 들어 있다. 또 100mL짜리 용기에는 지압봉을 부착해 환부에 안티푸라민을 바르면서 마사지도 함께할 수 있게 했다. 2010년에는 안티푸라민의 파프 제품 5종과 스프레이 타입의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까지 나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올 하반기에는 동전 모양의 안티푸라민 코인, 잘라 쓸 수 있는 롤파스까지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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