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나영석 PD “내 예능은 공감가는 소재를 담백하게 담는 것”

by 세월따라1 2016. 1. 7.

《문화는 사람이다. 미래에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감성과 창의성이 필수인 문화는 영원한 사람의 영역이다.

새해에도 훈훈한 감성과 뾰족한 창의력을 다듬어 히트 문화상품을 만드는 창작자들이 있다.  

동아일보가 나영석 CJ E&M PD, 윤제균 영화감독, 엄홍현 뮤지컬 제작사 EMK 대표 등

야심에 찬 문화 창작자들의 신년 포부를 소개한다.》
 

 

나영석 PD는 새해에도 예전처럼 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후줄근한 패션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그는 “옷을 잘 못 입고 집에 몇 개 없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CJ E&M 제공

 

 

“예능에서 시즌제는 이제 필수 아닐까요? 시청자 출연자 제작자 모두를 위해서라도 새해에는 우리나라 예능 제작 환경이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12월까지 ‘삼시세끼-어촌편 시즌2’를 연출했던 CJ E&M 나영석 PD(40)는 ‘…어촌편’이 끝났지만 새해에도 여전히 바쁘다. 새해 첫날부터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꽃보다…’의 여섯 번째 시리즈인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5월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이 끝난 뒤 8개월 만이다. 

왜 낯선 아이슬란드일까. 아이슬란드는 그가 2012년 말 KBS를 퇴사한 직후 무작정 떠난 여행지다. “신비한 오로라 같은 아이슬란드에서의 기억이 좋았다”는 그는 “‘젊은이들의 도전’이 콘셉트인 ‘꽃보다 청춘’에서 출연자들이 추억을 만들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젊은 남자 배우들의 좌충우돌 여행 스토리에 첫 방송 시청률은 9.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가 나왔다. 평균시청률 10%를 넘은 ‘삼시세끼…’에 이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다른 방송도 시즌제로 선보인다면 더 신선하게 느껴질 예능 프로가 많다”며 “시청률이 잘 나오면 재미없어질 때까지 ‘뽕을 뽑다’가 폐지되는 현재 예능 프로들이 보기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5년은 ‘나영석 예능의 해’였다. 1월 선보인 ‘삼시세끼-어촌편 시즌1’은 케이블 예능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10%를 넘었다. 10월부터 방영한 시즌2까지의 전체 평균 시청률이 10%를 웃돌며 지상파 예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9월에는 온라인을 통해 ‘신서유기’를 선보였다. 3∼20분으로 짧게 편집된 신서유기 동영상 30여 개의 누적 조회수는 5000만 건을 기록했다. 조회수로 수익을 얻는 웹 콘텐츠가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보이자 ‘나영석이 직접 제작사를 차린다’는 ‘찌라시’가 돌았다.

“지난해는 tvN으로 옮긴(2013년) 뒤 모든 부분이 한꺼번에 ‘포텐’ 터진 한 해였죠. 찌라시요? 즐겁게 프로를 만들 수 있는 좋은 환경 두고 다른 생각 안 해요.”(웃음)

우쭐댈 만도 하지만 그의 새해 소망은 거창하지 않다. 그는 “‘신서유기’도 결국 여행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웹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선보인 것”이라며 “소재 범위를 넓히기보다 자신 있는 소재로 더 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테마는 여전히 ‘여행’과 ‘음식’이다.

“KBS ‘1박 2일’을 연출하면서 느낀 건 시청자가 화려하고 유별난 예능만 요구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출연자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 공감하고 웃어 주셨죠. 그때 느꼈던 것을 바탕으로 보다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해요. 그게 저의 예능이고요.”

충북 청주시 출신인 그의 생활밀착형 예능에는 충청도 특유의 푸근함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연예인 출연자가 시골에서 재료를 구해 음식을 만들고 외국에서 숙소와 교통편을 찾는다. 그는 “평소에도 판타지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있다고 믿고 잔잔한 웃음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 예능 계획에 대해 “트렌드를 좇다가 프로그램 시작에 임박해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마흔이 된 그의 인생 계획은 선명했다.

“20, 30대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손익계산서를 따져가며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달렸죠. 하지만 40대에는 덜 두려워하려고요. 새로운 시도가 설령 실패처럼 보인다 해도, 후배들에게 길을 터준다는 사명감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 겁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http://news.donga.com/Main/3/all/20160107/757707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