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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당신이 몰래 한 짓… 하늘이 알고, 드론이 안다

by 세월따라1 2016. 9. 11.

지상 150m 상공의 CCTV… 범죄·불법행위 감시자로 급부상

고화질 카메라 장착
지상에선 적발 어려운 넓은 공사장·농경지 등 한눈에 내려다보며 촬영… 발뺌 못할 사진 들이대

美선 범인 체포까지
최루가스·고무탄 등 무장, 도망가는 범인 제압… 日선 사생활 침해 방지 드론 잡는 드론까지

드론 활용 막는 항공법
비행 고도 150m로 제한, 원거리 비행도 막아… 국방부가 허가해야 촬영

지난 5월 3일 오후 3시 경기 남양주시 지금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 1㎢(30만평) 규모 공사장 위에 가로세로 30㎝의 드론(무인 비행체)이 떠 있었다. 드론은 고도 50m 높이에서 공사장 구석구석을 빠르게 비행하다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공사 차량용 야외 세차장 근처였다. 대형 트럭이 세차장 입구를 그냥 지나쳐 공사장 출구로 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세차 의무가 있는 공사 차량이 법을 위반한 것이다. 드론은 고도를 낮춰 이 장면을 고스란히 촬영했다. 같은 시각 공사장 펜스 바깥에선 한강유역환경청 직원들이 드론이 송출한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실시간으로 녹화하고 있었다. 30분 후 환경청 직원은 공사 현장 감독을 만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과태료 120만원 처분 대상임을 고지했다. 처음에 발뺌하던 현장 감독은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자 입을 다물었다.

장난감 정도로 인식돼 온 드론이 범죄나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고화질 촬영 기능을 갖춘 드론을 공중에 높이 띄우면 지표면에서 적발하기 어려운 불법 현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날아다니는 CCTV'인 셈이다. 공공 기관과 경찰, 지자체들은 수천만원을 들여 드론을 구매하고 직원들에게 드론 조종 교육을 시키고 있다.

발뺌 안 통하는 감시자, 드론

넓은 공간을 사람이 일일이 다니며 조사할 수 없을 때 드론이 가장 효과적으로 쓰인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5월 봄철 수도권 미세 먼지 단속 기간에 드론을 시범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올렸다. 단속 대상인 수도권 대형 공사장 35곳 중 2곳에 드론을 활용해 2곳에서 모두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그중 한 곳인 경기 하남시 망월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선 드론이 콘크리트 조각·흙 등 건설 폐기물 3만여t이 쌓여 있는 걸 포착했다. 정해진 보관 기간을 3개월 초과해 미세 먼지를 퍼뜨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당시 단속관이었던 윤희종 주무관은 "공사장 면적이 10만㎡(3만평)인 데다 건설 폐기물 무더기는 입구에서 가장 먼 쪽에 쌓여 있었다"며 "폐기물이 검은 가림막으로 둘러쳐져 있어 평소대로 차량을 타고 다니며 단속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 촬영 영상엔 무더기 위쪽의 하얀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곳엔 과태료 200만원 처분이 내려졌다. 윤 주무관은 "단속반이 공사장 입구에 들이닥치면 인부들이 적당히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안쪽에서 불법 폐기물을 치운 적도 많은데, 드론을 이용하면 이런 방식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7월 15일 낮 충북 청주시 미원면의 한 밭농장 상공에도 드론이 지나갔다. 그 석 달 전 농장주 A씨가 옥수수를 5200㎡(약 1500평) 규모로 재배하겠다며 농업 직불금(보조금) 21만원을 신청한 자리였다. 이날 실태 조사를 나온 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은 타고 온 SUV에서 드론을 꺼냈다. 태블릿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드론에 조사 대상 농지들의 좌표를 입력하자 드론이 자동으로 이륙해 150m 상공에서 A씨 농장을 포함한 주변 1.5㎢(45만평) 규모 농지 사진을 지역별로 300장가량 촬영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사진들을 조합해 보니 A씨는 그 자리에 직불금 대상이 아닌 인삼을 재배하고 있었다.

작년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처럼 충북에서 드론을 활용해 직불금 대상 여부를 시범 조사했다. 드론으로 조사한 농지는 11㎢(330만평)였고, 이 중 위반 사항이 적발된 건 2㎢(60만평)였다. 총 6700만원의 직불금 부정 수령을 막을 수 있었다. 조사를 감독했던 윤종율 팀장은 "직원이 지상에서 사진을 찍으면 나중에 농장주가 '사진에 안 찍힌 거지 분명히 농지 한쪽에 해당 작물을 심었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엔 드론이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람이 필지마다 다니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돼 예년엔 80일 걸리던 조사가 28일 만에 끝났다.




불법 채석 현장도 적발해

경찰도 드론을 활용해 범죄 현장을 적발한 사례가 있다. 작년 6월 경기 연천경찰서 강력팀은 인근 신답리 야산에서 다량의 현무암이 불법 채굴·반출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홍모(42)씨 등 세 명이 1만6500㎡(5000평) 규모의 산지에서 펜션·버섯 농장을 운영한다며 전용(轉用) 허가를 받고 실제로는 6억원어치 현무암을 캐 조경업자에게 넘겼다는 내용이었다. 산지관리법 위반이었다. 현장으로 출동해 소속 경찰관의 개인 드론으로 공중 촬영을 시작했다. 산지 곳곳에 현무암 덩어리들이 놓여 있었고, 굴착기도 한 대 서 있었다. 경찰에 불려온 홍씨는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김덕원 연천서 강력팀장은 "반출·판매를 위해 여기저기 모아 놓은 현무암 덩어리들을 드론을 통해 모두 파악해 보니 모두 350t(시가 약 3500만원) 정도 됐다"며 "현장을 통제하고 모두 압수해 더 이상 반출이 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주택 옥상에 불법 증축한 구조물을 적발하는 데는 아직 드론이 쓰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건축지원팀 관계자는 "현재 서울 등 일부 지자체의 경우 수개월마다 한 번씩 지표 1㎞ 이상 상공에서 비행기가 찍은 초고화질 항공사진을 불법 건축물 규제에 활용하고 있으나 드론은 쓰이지 않는다"며 "드론은 항공법상 고도 150m 이상으로 날릴 수 없고 그 촬영 화질도 떨어져 아직 불법 증축 단속에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경남경찰청엔 전국 각지에서 온 250여 경찰관으로 구성된 '드론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드론을 실종자 수색이나 교통사고 현장 촬영 등에 쓰기 위해 그에 대한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남청 관계자는 "2주마다 주말에 한 번씩 전문 강사를 초빙해 드론 조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이 직접 가지고 있는 드론 기체는 없고, 각 경찰서가 산간 지역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민간 동호회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 밖에 일선 소방서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조난자가 발생했을 때 드론을 사용해 탐색을 벌인다.

외국선 드론으로 최루가스 뿌려

각 공공 기관의 드론 담당자들은 "다양한 드론 활용을 위해선 항공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법령은 드론의 비행 가능 고도를 150m 이하로 제한하고 있고, 조종자가 드론을 맨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멀리 비행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항공 촬영을 위해선 국방부에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드론이 불법 현장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범인을 추적하려면 적어도 경찰 목적에 한해서만이라도 좀 더 높고 멀리 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의 수사 당국은 감시용 드론에 좀 더 다양한 역할을 부여한다. 미국에서 드론은 적발뿐 아니라 추적 및 제압용으로 쓰인다. 작년 미국 노스다코타 경찰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이나 최루가스·고무탄 등으로 무장한 드론을 도입했다. 경찰 추적을 피해 도망가는 범인을 쫓아가서 공격하고 제압하는 용도였다. 또 민간인이 찍은 드론 영상을 수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작년 12월 반(反)성매매 운동가가 드론으로 찍은 승용차 안 성매매 영상을 활용해 경찰이 성매수자와 성매매 여성을 체포하기도 했다. 일본 경찰은 '드론 잡는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경찰 측 드론이 사생활 침해나 불법 감시 목적으로 떠다니는 다른 드론을 그물로 잡는 방식인데, 작년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공관 상공에서 방사능 물질을 담은 드론이 발견된 것이 계기가 됐다.

김승주 한서대 무인항공기학과 교수는 "드론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높이 올라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으므로 감시·적발용으로는 안성맞춤"이라며 "제한된 배터리 용량으로 한 번 비행에 최대 수십 분 정도 촬영만이 가능한 점, 비행기를 이용한 항공 촬영보다 화질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것만 기술적으로 보완되면 더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09/20160909016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