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고프로' 닉 우드먼 CEO]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던 24세 청년 닉(Nick)은 2002년 게임 사업에 실패해 투자금 400만달러(44억원)를 날렸다. 좌절한 청년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호주와 인도네시아 해변으로 서핑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서핑하는 모습을 촬영해 주변에 보여주기로 했다. 닉은 서프보드에 올라 손으로 물살을 가르고 중심을 잡으며 바로 옆에서 서핑하는 친구들의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 나와있던 카메라 중에는 그가 서핑을 하면서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방수 기능이 뛰어나고 견고하며 휴대하기 좋은 카메라는 없었다. 양손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자신과 친구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치도 없었다. 여기서 청년의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나왔다.
“파도를 타면서 내 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자.”
닉은 플라스틱을 깎아 카메라를 장착할 거치대를 만들어 서퍼들의 발목용 밴드에 붙였다. 거치대에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끼워놓고 밴드를 발목 대신 팔목에 착용했다. 양손을 원하는 대로 쓰면서 필요할 때마다 버튼을 눌러 촬영하는 카메라를 고안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4년 9월, 닉은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 서핑용품 전시회에서 이 카메라를 처음으로 판매했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면서 카메라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액션카메라(액션캠) 시장을 개척한 고프로(GoPro)의 시작이었다.
액션캠은 서핑, 스키, 스노보드, 산악자전거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활동 중에 직접 영상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말한다.
고프로를 창업한 닉 우드먼(Woodman·41) 최고경영자(CEO)는 “액션캠 아이디어를 떠올린 때부터 첫 제품을 판매할 때까지 2년이나 걸린 것은 앞서 창업 실패를 겪으면서 남의 돈 400만달러를 날렸던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투자금을 날리고 싶지 않아,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부모님 등 주변에서 조금씩 자금을 조달해 제품을 개발했다.
올해 창립 14주년을 맞은 고프로는 전 세계 17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연 매출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2015년 기준)를 올리는 기업으로 컸다. 2014년 6월엔 나스닥에 상장했다. 지난달 30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샌머테이오의 고프로 본사에서 창업자 우드먼 CEO를 만났다. 그는 고프로 로고가 그려진 회색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내내 “쉽게(easy)”라는 말을 반복했다.
닉 우드먼 고프로 CEO. /Techcrunch 제공
‘문제점’ 해결한 제품 개발하자 시장이 열렸다
―액션카메라를 처음 만들어 시장을 열었다.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우선 고프로 카메라가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고프로 이전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촬영할 때 찍는 역할과 찍히는 역할 중 하나를 해야 했다. 동시에 두 역할을 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그것이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 궁리하다 고프로를 개발했다. 창업 초기에는 기존 카메라를 팔목에 고정하는 거치대만 팔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시중에 나온 카메라는 내구성이 약해서, 팔목에 착용하고 격렬하게 움직이면 바로 망가졌다. 그래서 흔들리고 부딪혀도 망가지지 않는, 아주 튼튼한 카메라를 고안했다.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세상에 없던 제품
서핑·스키·암벽등반의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 해결
'신나는 경험'을 파는 브랜드로
고프로 소비자는 기존 카메라 문제점의 해결책을 사는 셈이다. 만족도가 높을수록 소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널리 퍼뜨리기 때문에 고프로는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둘째, 고프로 성공의 다른 이유는 고프로가 소비자의 행복, 즐거움, 열정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고프로를 써본 사람들은 영상 속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고, 콘텐츠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즐거워한다. 고프로 임직원들은 ‘소비자를 더 행복하게 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전문가용 제품을 누구나 쓸 수 있게 만든다
―액션캠은 주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소비자는 누구인가.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이다. 고프로의 목표는 전문가급 동영상을 누구나, 어디서나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다목적 카메라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전문가 수준의 영상을 평범한 아빠, 엄마, 아이들까지 누구나 찍을 수 있게 만들었다. 사이클링 선수가 아니어도 고프로로 찍으면 전문 사이클리스트처럼 보인다. 그래서 제품 이름도 ‘프로가 되자’는 뜻으로 고프로(Go pro)라고 붙였다.
한 개의 버튼으로 작동하는 ‘고프로 세션’ 같은 카메라는 나의 두 살배기 아들도 갖고 놀 정도로 조작이 간편하다. 처음부터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다 보니, 고객이 저절로 늘어났다. 10대 아이들이 쓰는 제품과 의사, 경찰, 농부, 부동산 업자, 방송 제작자가 업무용으로 쓰는 제품, 극한 스포츠 선수들이 쓰는 제품 모두 동일하다.”
―개별 소비자보다 기업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 더 크지 않나.
“B2B 시장이 큰 시장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분야에 집중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열정적인 삶의 순간들을 기록하자’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카메라가 아닌 ‘신나게 놀았던 순간’을 판다
고프로는 지난 2014년 6월 공모가 24달러에 나스닥에 상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상장 직후 나흘간 주가가 100% 넘게 급등했다. 여러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액션캠 한 가지 제품만 만드는 회사로선 보기 드문 성과였다.
미국 증권업계에선 고프로의 브랜드 전략이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카메라 회사라는 인식보다는 모험을 즐기는 스포츠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더 강력하게 부각됐다는 것이다. NPD그룹의 벤 아널드 애널리스트는 “카메라만 파는 것이 아니라 파도가 귓가를 스쳐가던 기억, 눈을 맞으며 스키를 타던 기억을 파는 것”이라며 “신나는 경험과 추억을 파는 브랜드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프로는 지난해부터 수익 부진을 겪으면서 주가가 2015년 한 해 동안 70%나 떨어졌다. 드론 업체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등장하면서 이에 대응할 고프로의 역량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매출의 대부분을 액션캠 제품에서 내는 수익 구조도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고프로는 신제품 가격을 400달러로 정했다가 판매가 부진하자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기도 했다.
―실적과 주가가 예전만 못하다. 카메라만 팔아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프로는 이제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한 후, 콘텐츠를 간편하게 편집하고 공유하는 모든 과정을 책임질 것이다. 이를 위해 영상 편집 업체를 인수하고 소프트웨어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제품을 선보여 사람들이 촬영한 콘텐츠를 1분짜리 짧은 영상으로 손쉽게 편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이 어렵게 생각하는 영상 편집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고프로가 인수해서 출시한 스마트폰용 영상 편집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고프로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사용한다. 고프로 카메라를 갖고 있지 않아도 고프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영상 편집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다. 결국 고프로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집하고 공유하는 방법이 업계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콘텐츠까지 고민
영상 편집 앱으로 고객에 다가가
편집·공유하는 방법의 표준될 것
다음 제품은 쉽게 조종하는 '드론'
현재 고프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 재생건수는 14억건이 넘는다. 2013년 한 해 동안 소비자들이 ‘고프로’ 제목으로 인터넷에 공유한 영상은 2년 8개월치 분량이다.
―드론을 출시한다고 들었다. 드론 시장에는 중국 DJI, 프랑스 패롯, 미국 3DR 같은 선두 주자들이 진출해 있는데 고프로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드론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사람들에게 ‘드론을 가진 사람을 몇 명이나 아는가’ 하고 물으면 한두 명 정도다. 반면 ‘주변에 고프로 쓰는 사람을 아느냐’고 하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만큼 드론 시장은 초기 단계에 있고, 제품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현재 사람들은 드론을 직접 조종할지 아니면 어떤 스포츠 활동을 하며 드론에 찍히는 역할을 할지 선택해야 한다. 현재의 드론 제품은 조종이 어렵기 때문이다. 고프로는 액션카메라를 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드론을 조종하면서 동시에 어떤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프로 역시 드론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 고프로 고객이든 새로운 고객이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드론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09/20160909010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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