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세상만사 ▣/이런일 저런말

과학이 밝힌 1500년전 ‘가야 여성’의 삶

by 세월따라1 2009. 11. 5.


16세 여성 순장인골의 출토 당시 모습(위)과 피부층까지 과학적으로 복원한 모형(중간). 아래쪽은 사랑니가 턱 속에 있는 이 여성인골의 오른쪽 아래턱 X선 사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1500년 전인 6세기 초 비화가야(非火伽倻)에 한 권력자(지배엘리트)의 시녀였던 16세 여성이 살고 있었다. 키 151.5㎝의 그녀는 작은 체구에 유난히 팔이 짧았으며 얼굴은 넓고 편평했다. 왼쪽 귀에 금동귀걸이를 차고 다녔던 그녀는 출산을 경험한 적이 없었고 평소에 쌀·보리·콩 등을 주로 먹었다.
 
무릎을 많이 꿇는 생활을 했던 그녀는 전신질환을 비롯, 빈혈과 충치 등 병을 달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모시던 권력자가 죽자 그를 내세에서도 섬기고 봉사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녀는 독약을 마셨거나 질식사해 무덤에 함께 들어가게 됐다.

지난 2006년 경남 창녕군 송현동 15호분에서 발굴된 4구의 순장(殉葬)인골 가운데 무덤 입구에 묻혀있었던 여성인골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결과 밝혀진 사실로 구성한 삶이다. 여성인골의 뒤통수뼈에서 확인된 다공성뼈과다증은 빈혈의 증거이며, 정강이와 종아리뼈에서 무릎을 많이 꿇은 생활을 했음이 드러났다.
 
치아의 X선 사진은 사랑니가 아직 턱속에 있어 16세 안팎의 나이임을, 어금니 등 여러 개의 충치는 심한 치통을 앓았음을 보여준다. 또 앞니로 무언가를 자르는 일을 하고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2008년 7월부터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와 국립문화재연구소, 가톨릭대 의대, 충청문화재연구원 등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고대 순장인골 복원연구사업’이 이달 하순 16세 여성의 인체 복원 모형 공개로 일단락된다. 이번 연구는 고대인골에 대한 국내 최초의 학제간 융합연구 사례로 주목된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3차원 정밀스캔, 영화의 특수분장기법, 디옥시리보핵산(DNA) 분석,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등 첨단과학기술이 동원된 분석 결과 16세 여성과 함께 묻힌 두 명의 남성은 서로 먼 외가친족일 것으로 판명됐다. 무덤의 주인과 가장 가깝게 누워있던 남성 순장자는 평소에 유독 고기를 많이 먹었지만, 죽어서 무덤에 묻힐 때는 발가락이 없어 사슴의 발가락으로 온전한 발모양을 갖추도록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성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5일 “한국 고대사회의 순장자는 노예나 전쟁포로 등 최하위 계층이 아닌 무덤의 주인공 곁에서 봉사하던 시녀나 호위무사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등은 이번 프로젝트의 연구성과를 7일 전북대에서 열리는 제33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9110501070230074002